한국에서 ‘1000만 관객’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대한민국 인구를 대략적으로 5000만이라 생각한다면, 한국인 5명 중 1명은 그 영화를 봤다는 것이 되죠. 그야말로 1000만 관객은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영화라 칭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40년 무명 배우 예수정
뿌리 깊은 연기자 집안
알고 보면 그녀는 뼈 속부터 연기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애란’이며, 형부는 현재 회장 전문 배우라 불리는 ‘한진희’입니다. 예수정의 딸 역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죠.
어머니 덕분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연극과 함께 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녀가 갓난아기였을 때는 어머니가 국립극단에 있어, 당대 최고의 연극배우들이 예수정을 무대 뒤에서 돌아가며 키웠다고 합니다. 예수정은 어머니의 연기가 늘 거침없던 어머니의 삶만큼 자연스럽고 자신만만했다고 말했죠.
말론 브란도를 꿈꿨던 대학생
이렇게 늘 연기를 접해오던 그녀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습니다. 예수정은 “말론 브란도처럼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곧장 대학생 극회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다 한 선배가 건넨 “어머니가 배우인데 너도 연기 한 번 해봐”라는 말에 연기를 시작했죠.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의 꿈을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연극을 했던 그녀는 스스로 돈을 벌어 독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결혼 후엔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리기도 했죠. 이성열 연출가의 부름에 다시 한국에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때까지 어머니는 ‘배우 예수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현 서울예대 총장인 유덕형 연출가가 설득했습니다. “연기자는 피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라는 말로 말이죠. 그 이후 예수정은 숨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00만 배우로 떠오르다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던 예수정은 2003년 <지구를 지켜라>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최근까지 총 32작품에 조, 주연으로 등장했죠. ‘언제 그렇게 많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극의 변곡점이 되는 역할을 맡아 다시 본 다면 ‘아 그 사람?’이라고 떠오르게 됩니다. 그녀의 첫 번째 1000만 영화 <도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두 번째 천만 영화는 <부산행>입니다. 원래 영화 속 예수정의 역할은 좀비에 쫓겨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가 연상호 감독에게 1.5초만 달라고 제안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행의 대표 ‘눈물 버튼’ 장면. 뒤따라오는 좀비들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젓는 그녀의 연기는 찰나의 순간에도 많은 관객들을 눈물범벅으로 만들었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게 해 준 작품은 바로 <신과 함께>입니다. 예수정이 출연한 시리즈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었죠. 그녀는 자홍–수홍 형제의 어머니 역할을 맡으며, 영화관을 통곡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농아 역할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표정으로만 감정을 전달했죠. 영화를 이끈 주역이 예수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더 서울 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죠.
10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예수정. 유명에 관계없이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40년을 연기한 그녀에게 ‘여배우 최초’라는 타이틀은 놀랄 일도 아니죠. 예수정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스스로 빛나는 그녀를 더욱 환하게 할 반사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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