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사이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영화에서도 첫 오프닝은 감독과 제작진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관객들도 영화의 오프닝 장면을 영화의 흥미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삼죠. 오늘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최고의 영화 오프닝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5분 만에 소름이 쫙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대표작이자 크리스토프 왈츠의 출세작입니다. 재치있고 흥미진진한 대사와 통쾌한 액션신 등, 볼거리가 넘치는 영화지만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백미는 의외로 오프닝에 있습니다. 영화의 제1장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영화의 악역인 ‘한스 란다’ 대령이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죠.
영화는 한스 란다가 한 프랑스의 시골 농가에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나치임에도 불구하고 왜소한 몸집에 유머러스한 호감형 인물처럼 보이죠. 하지만 농장주와 차분하게 대화를 시작하며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한스 란다는 오로지 화술만으로 농장주의 숨통을 조이며 숨겨놓은 유대인 가족이 어디 있는지 털어놓게 만듭니다. 한스 란다의 비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오로지 크리스토퍼 왈츠의 카리스마로 이끌어간 장면이자 관객을 사로잡은 최고의 오프닝이었습니다.
인생을 압축한 5분
<업>
픽사의 대표작 <업>의 첫 오프닝 시퀀스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영화사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모험가를 꿈꾸는 ‘칼’은 같은 꿈을 가진 ‘엘리’를 만나 친구가 되고,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됩니다. 비록 아이는 없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린 칼은 결국 모험가의 꿈을 이루지는 못한 채 아내 엘리를 먼저 보내게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5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언뜻 듣기에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대사 한 마디 없이 칼과 엘리의 사랑과 흘러가는 세월을 뭉클하게 그려내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런 인기와 평가에 힘입어 <업>은 3D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업>의 오프닝 장면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명장면입니다.
이런 오프닝은 없었다
<데드풀>
전대미문의 ‘발칙한’ 마블 히어로 영화 <데드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데드풀>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나오는 스태프 소개부터 남달랐는데요. 제작사인 ‘20세기 폭스’ 대신 ‘개허접 필름’이라 소개했고, 주인공 ‘데드풀’을 ‘신이 내린 또라이’, 감독 ‘팀 밀러’는 ‘돈만 많이 쳐받은 초짜’라고 나온 겁니다.
스태프가 소개되는 와중에 나오는 배경도 남다릅니다. 악당들이 있는 차에 습격한 데드풀이 한 손으로는 한 악당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밖으로 튕겨져나가는 다른 악당의 팬티를 잡아채고 있는 장면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그 와중에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인 <그린 랜턴>의 캐릭터 카드가 살짝 지나가는 위트 있는 장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딘가 산만하면서도 관객의 배를 쥐게 하는 <데드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바람따라 떠도는 인생
<포레스트 검프>
20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포레스트 검프>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원톱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의 열연이 돋보이는 그의 인생작 중 하나죠. 명작 중의 명작인 만큼 <포레스트 검프>는 첫 장면부터 특별한데요. 영화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깃털’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어디선가 나타난 깃털 하나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을 따라가며 도시의 정경을 비춰줍니다. 깃털은 바람을 따라 높이 솟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불규칙적으로 움직이죠.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낡아빠진 운동화에 안착하게 됩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그 깃털을 소중히 집어 자신의 가방 안에 집어넣죠. 영화의 명대사이기도 한 ‘운명이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 정처 없는 바람에 떠다니는 건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것 같아.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걸지도 몰라’라는 영화의 함축적 주제를 표현한 오프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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