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최민식, 한석규가 주연인 영화가 개봉한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집합인 셈이죠. 실제로 세 배우가 함께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넘버 3>인데요. 영화 <넘버 3>는 90년대 최고 주가를 달렸던 한석규와 최민식, 송강호를 포함한 명품 조연들의 활약까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넘버 3>는 단순한 조폭 코미디 영화가 아닌 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조직의 넘버 3로 불리며 삼류인생을 살고 있는 한석규와 주변 인물들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삼류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데요. 개봉 당시에는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의 개봉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는 이유로 흥행에 실패했죠. 하지만 이후 비디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한국 조폭 코미디 영화계 원조로 손꼽히는 <넘버 3> 배우들에 대해서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년 넘버 3 삼류 조폭, 한석규

90년대 영화에 대해서 논할 때 한석규라는 배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부드러운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한석규는 <넘버 3>에서는 일류의 삶을 꿈꾸는 삼류조폭 ‘서태주’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죠. 극중 한석규는 조직의 쿠데타에서 보스를 구해내고 오른팔이 되지만, 결국 보스에게 버림받으면서 극에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매번 사랑을 확인하는 아내 ‘현지’에게 “내가 누군가를 51% 믿는다는 것은 100% 믿는다는 뜻이야”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죠.

성우로 방송계에 입문한 한석규는 배우 공채에 합격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파일럿’과 ‘서울의 달’ 등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고 영화계로 진출했는데요. 같은 해에 개봉한 <초록 물고기>, <넘버 3>, <접속>을 시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까지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9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누렸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 대왕으로 복귀해 다시금 전성기를 알렸죠. 연이어 ‘낭만 닥터 김사부’ 시리즈까지 30%에 달하는 시청률을 내며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핵폭탄 삼류 검사, 최민식

한석규와 같은 소속사였던 최민식과 송강호는 한석규의 도움으로 <넘버 3>에 함께 캐스팅됐습니다. 당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공백을 갖던 최민식은 이 작품을 통해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죠. 극중 조폭들과 한 치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 일명 ‘핵폭탄’ 검사 ‘마동팔’ 역으로 출연했는데요. ‘서태주’와 매번 부딪히며, 놀이터에서 유치한 싸움까지 벌이는 삼류 검사입니다.

최민식은 한석규과 같은 동국대 출신으로 연극 무대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연극판에서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한 그는 한석규와 함께 출연한 ‘서울의 달’로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최민식은 <넘버 3> 이후 연달아 <쉬리>에 출연하면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주연배우로 우뚝 섰는데요. <해피엔드>,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명량>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없어서는 안 될 배우가 됐습니다. 작년에는 오랜만에 한석규와 함께한 <천문>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죠. 올해에도 그가 출연하는 두 편의 개봉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행복한 나라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인을 꿈꾸는 여인, 이미연

청순한 매력으로 원조 책받침 여신이었던 이미연은 <넘버 3>에서 반전 매력을 선보였는데요. 극중 짙은 화장으로 등장해 불륜까지 저지르는 한석규의 아내 ‘현지’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극중 이미연은 가정에 소홀한 조폭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사는 여성인데요. 그러던 중 삼류 시인 ‘랭보’와 급기야 불륜을 저지르고 맙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석규의 옆을 지키면서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미스 롯데 1위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미연은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응답하라 1988’에도 등장했던 데뷔 초 ‘가나 초콜릿’ 광고로 유명했죠. 이후 영화 <물고기 자리>를 통해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연기력을 인정받았는데요. 연달아 그녀의 대표작 ‘명성황후’를 만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최근에는 ‘응답하라 1988’에서는 성인이 된 ‘덕선’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미연은 ‘부부의 세계’ 후속작으로 알려진 ‘언더커버’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루 빨리 복귀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설픈 삼류 킬러, 송강호

송강호는 현시대 최고의 배우이자 최고의 티켓파워까지 갖고 있는 배우죠. <넘버 3>는 그 시초가 된 작품입니다. 극중 삼류 킬러 ‘조필’ 역으로 등장했는데요. <초록 물고기> 출연 당시 실제 조폭으로 오해받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펼쳐 <넘버 3>까지 연달아 출연하게 됐습니다. 극중 송강호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불사파의 리더로 열연을 펼쳐 신스틸러에 등극했죠. 특히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인물의 특징을 살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연극배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송강호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통해 상업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초록 물고기>, <넘버 3>, <쉬리>를 통해 조연급 배우로 성장했고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을 통해 첫 주연작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작년 한해도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으로 뜨거운 한해를 보냈죠. 올해는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비상선언>이 곧 크랭크인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부녀들의 우상 삼류 시인, 박광정

박광정은 주로 감초 역할로 활약하며 잘 알려진 배우죠. 극중 화려한 언변으로 유부녀들을 사로잡은 ‘랭보’ 역할로 분했는데요. 시인을 꿈꾸는 ‘현주’ 역의 이미연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삼류 시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후에는 보스의 아내 ‘오지나’ 역의 방은희까지 사로잡는 마성의 인물입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박광정은 연극배우와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후 매체 연기에 뛰어 들면서 김민종, 김희선 주연의 ‘미스터 Q’, ‘하얀 거탑’, ‘뉴하트’ 등에 감초 역할로 출연했죠. 그러면서도 박광정은 꾸준히 연극 활동도 놓지 않는 배우였는데요. 안타깝게도 활발히 활동하던 2008년 폐암으로 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식한 재떨이, 박상면

일명 ‘재떨이’로 알려진 박상면은 <넘버 3>에서 극중 조직의 넘버 2 ‘재철’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재떨이로 사람을 내려치는가 하면 모든 일을 무식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인물로 한석규가 연기한 ‘태주’와는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계속해서 영화 내내 ‘재철’과 ‘태주’는 넘버 2 자리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며 라이벌 관계로 등장합니다.

박상면은 <넘버 2>의 재떨이, ‘왕초’의 하마 역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후 정웅인, 윤다훈과 함께 시트콤 ‘세친구’로 전성기를 누렸죠. 극중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울한 인생의 백수로 등장했는데요. 영화 <조폭 마누라>에서도 신은경의 남편으로 등장해 활약했습니다.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박상면은 작년 한해 ‘단, 하나의 사랑’과 ‘우아한 가’ 두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냉정한 보스, 안석환

안석환은 <넘버 3>에서 조직의 보스이자 1인자 ‘강도식’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극중 2인자였던 ‘족제비’의 쿠데타로 타격을 입은 그는 ‘태주’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는데요. 이후 조직 말단에 있던 ‘태주’를 ‘재철’과 함께 넘버 2에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쓸모가 없어진 ‘태주’를 내치는 냉정한 인물입니다.

명품 조연으로 잘 알려진 안석환은 데뷔 초 연극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한국연극협회에서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연기파 배우인데요.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하며 코믹한 캐릭터부터 악역까지 소화해내며 명품 조연에 등극했습니다. 작년에는 정재영, 정유미 주연의 ‘검법남녀 시즌2’에서 출세에 눈이 먼 차장검사 ‘노한신’ 역으로 활약을 보여줬죠.

팜므파탈 보스의 여인, 방은희

방은희는 데뷔 초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으면서 주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였습니다. <넘버 3>에서 방은희는 조직의 보스인 ‘도식’의 아내 ‘오지나’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극중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로 룸살롱을 운영하는 방은희는 ‘태주’의 아내 이미연과 언니 동생 사이인데요. 이미연을 통해 ‘랭보’의 존재를 알고 그를 탐내는 인물입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방은희는 70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는 다작 배우입니다. 대중들에게는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연기로 잘 알려진 감초 배우기도 하죠. 최근에는 두 번째 이혼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고수, 이성민, 심은경 주연의 ‘머니게임’에서 중년의 여성 ‘이만옥’으로 분해 열연을 펼치는 등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