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해를 거듭하며 영화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는 501편이 제작되고, 454편의 영화가 개봉했다죠. 하루에 한 편 이상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 격이니,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100년을 맞은 한국 영화사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기생충>이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덩달아 화제가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생충>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인데요. 봉준호 감독이 적극적으로 실현된 배우와 스태프 모두 행복한 촬영 현장, 함께 알아볼까요?
영화 <기생충>,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 맺고 제작
영화계는 그간 제작 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 없이 도급 계약의 형태로 스태프를 고용해왔습니다. 도급 계약의 경우 일을 완성할 것을 전제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요구하지 못하는 계약 형태인데요. 때문에 촬영을 위해 장시간 근무를 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져왔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은 스태프의 표준근로계약과 노동시간 준수가 제작비의 상승을 야기하고,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주장을 무너뜨린 사례가 되었는데요. 이처럼 근로시간을 지키면서도 일정에 쫓기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던 건 봉 감독의 정교한 작업능력 덕이었다고 <기생충>팀은 입을 모았습니다.
<설국열차>와 <옥자> 찍으며
미국식 조합 규정을 체득
봉 감독은 2013년부터 <설국열차>와 <옥자>를 제작하며 한국보다 진보한 미국식 조합 규정에 따른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때문에 8년간 트레이닝을 거쳐 <기생충>에서도 전체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하여 영화를 만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데요. 그리고 그 생각은 현실로 이루어져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을 준수하면서도 총 77회 촬영으로 순탄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국제시장> 이후
도입된 표준근로계약,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지난 2014년 <국제시장> 때 처음으로 표준근로계약을 통한 스태프 고용이 이루어졌습니다. 2012년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일어난 일이죠. 이후 대형 제작·배급사에선 표준근로계약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알려졌는데요. 과연 영화 제작 환경은 크게 바뀌었을까요?
2014년 표준근로계약이 도입된 지 4년 후,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2018 영화 스태프 근로 환경 실태조사’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최근 4년 사이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는데요. 특히 고예산 영화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의 경우 임금수준과 4대 보험 가입률 등이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2018년에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 절반 이상이 저예산 영화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도 영화 제작 현장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죠.
지난 5월<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봉 감독은 자신과 <기생충>이 표준 근로 정착에 특별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제작한 영화로 대중에게 큰 화제가 된 사실은 무시할 수 없죠. <기생충>의 황금 종려상과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이 있는 한, 다른 영화 제작 현장에도 큰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한데요. 앞으로도 배우와 스태프 모두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현장에서 만들어질 좋은 한국 영화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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