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해외여행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은 80년대 말부터였고, 90년대에는 규제가 완전히 완화되어 여행인구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영화업계에서도 해외여행 규제가 풀린 90년대부터 해외 로케이션이 유행을 탔는데요. 하지만 큰돈을 들인 것에 비해 흥행 수익이 좋지 않아 ‘해외 로케이션을 하면 영화가 망한다’라는 속설이 떠돌 정도였습니다.
베를린 아님 안돼!
<베를린>
아직도 수많은 팬들이 후속작을 기다리는 영화 <베를린>은 제목 그대로 베를린을 무대로 한 영화입니다. 당연히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로케이션을 하기도 했는데요. 주변에서는 제작비 문제로 독일에 인접한 라트비아에서 촬영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은 한반도의 남북문제와 스파이를 다룬 첩보물인 만큼 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주 무대이자 과거 분단국가였던 독일에서 촬영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결국 류승완 감독은 합의를 거쳐 라트비아에서 15회차, 베를린에서 9회차 촬영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기는 했는데요. <베를린>은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직후 엄청난 흥행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순식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70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때아닌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에 내공이 깊은 일부 매니아들이 아니고서야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는 지금도 매우 생소한 소재입니다. 2008년 김지운 감독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똑같은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만주 웨스턴은 60년대 유행했던 장르로, 한국형으로 재해석한 서부극 장르입니다.
대중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지운 감독은 무려 200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중국 로케이션에 쏟아부으며 촬영을 감행했죠. 특히 주요 촬영지였던 중국 둔황은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기후의 지역이라 촬영이 더욱 힘들었는데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약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죠.
동남아에서 풀군장
<알포인트>
한국 공포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알포인트>는 무려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40억이라는 적은 제작비로 겨우겨우 완성한 영화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짜디짠 제작비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캄보디아 한낮의 날씨는 43도로 열사병에 걸리기 딱 좋은 기온이었지만, 한밤중의 날씨는 18도까지 떨어져 일교차만 약 20도 차이가 나 저체온증의 위협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체온증 외에도 사스를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의 위협도 도사리고 있어 촬영은 늘 고됐다고 하는데요. 가혹한 촬영 스케줄과 더위로 출연진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의 예민함이 극에 달해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살벌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알포인트>는 100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고, 아직까지도 한국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남아있습니다.
모로코 100% 올 로케이션
<모가디슈>
오는 28일, 드디어 류승완 감독이 돌아옵니다. 제작자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오는 것은 2017년 영화 <군함도> 이후 처음인데요. 바로 영화 <모가디슈>입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로, 김윤석, 조인성, 허진호, 구교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올여름 최고의 기대작이죠.
<모가디슈>는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한 만큼 100%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요. 현재 내전 중인 소말리아에서 촬영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모로코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차례 촬영이 중단되고 개봉이 연기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대작인 만큼 얼어붙은 영화계에 숨통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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