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과하지 않고 담담하기 때문에 더욱 큰 울림을 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표적이죠. 다큐멘터리 영화는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을 담았기 때문에 더욱 크게 와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인물들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이후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은 관객들을 울렸던 영화 속 실존 인물들의 근황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계의 신화
<워낭소리>
2009년 작은 종소리로 대한민국을 울렸던 영화 <워낭소리>는 한국 영화계의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저예산 영화,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비주류 영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영화라 처음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상영관은 불과 6개에 불과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최종 관객 수 약 300만 명을 동원하고 극장 매출만 190억 원을 기록하며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영화는 팔순의 농부 최원순 할아버지와 그의 늙은 소 ‘누렁이’의 우정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최원순 할아버지와 누렁이는 무려 40여 년이나 동고동락해온, 최고의 친구입니다. 그만 누렁이를 팔라는 주변인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누렁이를 팔기는커녕 밭일을 덜어주려고 젊은 소를 새로 사기까지 하죠. 하지만 사람 나이로 자그마치 160살이나 먹은 누렁이는 결국 2008년 눈을 감습니다. 할아버지는 누렁이가 일하던 밭 한가운데에 정성스레 무덤을 만들어주었죠.
영화의 흥행이 최원균, 이삼순 부부에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유지에 드나드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죠. 안타깝게도 최원균 할아버지는 2013년 10개월간의 폐암 투병 끝에 별세했습니다. 눈을 감기 전 누렁이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겨 그 뜻에 따라 워낭소리 공원 옆 누렁이 묘 근처에 묻혔습니다. 이삼순 할머니도 2019년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바로 옆에 묻혀 마침내 세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었죠.
님은 결국 그 강을 건너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워낭소리>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은 2014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였습니다.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고, 개봉 한 달 차에 역주행에 성공하더니 결국 48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심지어 경쟁작이던 <인터스텔라>, <호빗 : 다선 군대 전투> 등 대자본 영화를 누르고 얻어낸 거라 더욱 값진 성적이었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감동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이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등 국제 영화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애뜻함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심지어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그리워해 영화를 보러 극장에 서너 번 더 가셨다는 게 알려져 더욱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병만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뜻밖에도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셨는데요. 2020년 2월 예능 <편스토랑> 횡성 5일장 편에서 우연히 이영자와 만난 겁니다. 무려 96세의 나이임에도 매우 정정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시청자들을 반갑게 했습니다.
무등산의 마라토너
<맨발의 기봉이>
2006년 개봉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2003년 <인간극장>에 방영된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엄기봉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배우 신현준이 엄기봉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죠. 노모를 위해 틀니 살 돈을 벌려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엄기봉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부모님의 소중함을 일깨워줬습니다.
하지만 <인간극장>과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유명해지면서 엄기봉 모자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방송 이후 들어온 후원금을 사기당하기도 하고, 형제들 사이의 다툼도 있었죠. 지난 2020년 2월에는 예능 <밥은 먹고 다니냐?>에 신현준이 출연해 엄기봉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엄기봉은 크고 작은 사기들도 많이 당했다고 말했죠.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엄기봉은 씩씩하게 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고 밝혀 시청자들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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