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맡는 배역마다 냉랭하고 날카로워 까칠미, 예민미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에서도 비슷한 성격일 거라 여겨졌던 배우죠. 바로 배우 정경호의 이야기입니다. 어느덧 데뷔 16년 차 중견 배우가 된 정경호가 최근 한 예능에서 상상도 못한 반전 매력을 뽐내 팬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오늘은 배우 정경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데뷔 직후 터진
발연기 논란
정경호는 2004년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풋풋하면서도 발랄한 연기자 지망생 ‘재광’을 연기했죠. 이듬해에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서브 주인공으로 등장해 스타 신인의 탄생을 예고했는데요. 정경호는 주인공이었던 소지섭의 상대역이자 이복동생인 ‘최윤’으로 등장했습니다.
최윤은 거친 모습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차무혁과 반대로 능글맞은 귀여움을 내세워 맞섰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미숙했던 정경호의 연기력이 여지없이 드러날 뿐이었죠.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서브 주인공임에도 중반부 이후로는 비중이 줄어들기까지 했는데요. 정경호는 일반 대중은 물론,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팬들에게도 방영 내내 질타를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경호는 이후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폭력써클> 등에서 한층 발전된 연기력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폭력써클>은 학원폭력물 장르의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수작으로 유명한데요. 정경호의 격렬한 액션신을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듬해에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발연기 논란을 완전히 떨쳐냈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한 인기작이었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드라마이기도 하죠. 정경호는 서글서글하면서도 의리 있는 국정원 요원인 강민기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품운’이 문제?
팬들은 웁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정경호가 선택한 차기작은 드라마 <자명고>였습니다. 정경호의 첫 사극이기도 한데요. <자명고>는 자명고 설화에 기반해 적당한 상상력을 결합한 퓨전 사극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세련된 연출로 호평을 받았지만 동 시간대 경쟁작이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 밀리면서 조기 종영이라는 안타까운 끝을 맞이했죠.
같은 해에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지능범 송기태로 등장해 상대역인 김윤석에 뒤지지 않는 임팩트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동시에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 예민하고 소심한 순정남 강현수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거북이 달린다>는 30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했지만 큰 인지도는 얻지 못했고, <그대, 웃어요>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시청률은 중박에 그친 정도였습니다.
더 이상 발연기 배우라고 정경호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고, 맡는 작품마다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 방’이 없어 인생작이 없는 배우, 작품운이 없는 배우라는 아쉬운 평가를 듣기도 했습니다. 팬들도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인정을 덜 받자 아쉬울 뿐이었죠. 설상가상으로 정경호는 2010년 입대를 하면서 인생작 없이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죠.
데뷔 9년 차,
드디어 만난 터닝 포인트
정경호 본인도, 팬들도 목을 빼고 기다렸을 터닝 포인트는 예상치 않게 찾아왔습니다. 바로 2013년 드라마 <무정도시>의 주연을 맡으면서인데요.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JTBC에서 제작한다는 점과 당시에는 흔치 않던 느와르 첩보 액션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무정도시>는 첫 방송부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큰 화제가 되었죠. 정경호는 마약 조직의 중간 보스로 잠입한 경찰 정시현을 연기해 냉철하면서도 때때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극찬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배우 하정우의 첫 연출작인 영화 <롤러코스터>에서도 까칠하면서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탑스타 마준규를 맡아 B급 코미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는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의 피도 눈물도 없는 투자 전문가 강민호를 맡아 까칠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JTBC의 드라마 두 개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정경호는 JTBC의 개국공신 중 한 명으로 떠올랐죠.
이듬해에는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주인공인 송수혁으로 등장했는데요. 송수혁은 30대 나이임에도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미혼부 기자였는데요. 빠르고 짜임새 있는 전개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입소문을 탄 작품이지만 경쟁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밀려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슬기로운 배우생활의 시작
늘 2% 부족한 작품운 때문에 팬들을 눈물 짓게 했던 정경호는 2017년, 드디어 대박을 터트립니다. 바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죠.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tvN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에 등극해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인데요. 정경호는 주인공 김제혁의 친구이자 교도관인 이준호를 많았습니다. 비록 주인공의 친구인 서브 주인공 역이었지만, 배우 이준호의 역량을 잘 드러낸 배역으로 평가고 있죠.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후 정경호가 선택한 차기작은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였습니다. 영국의 동명 드라마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드라마인데요. 정경호는 <라이프 온 마스>의 주인공 한태주를 맡았습니다. 한태주는 냉정하고 엄격한 원칙주의자지만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과학수사팀장이면서 1988년으로 타임리프 하는 인물입니다.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고 1988년 대한민국의 고증을 훌륭히 해 내 수많은 매니아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정경호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났습니다. 주 1회 방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잔잔하고 평화로운 스토리 진행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정경호는 주인공 5인방의 김준완을 맡았습니다. 김준완은 냉정하고 까칠하며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흉부외과 전문의인데요. 동시에 친구들과 애인 앞에서는 한없이 풀어지는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죠. 실제로 김준완은 실제 의사들이 뽑은 가장 현실적인 의사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사탄의 의사는 어디 가고
애교 빼면 시체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촬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길어지자 tvN은 배우들과 함께 특집 예능을 찍었는데요. 바로 유튜브 예능 <슬기로운 캠핑생활>이었습니다. 주인공 5인방의 현실 모습과 케미를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전미도, 조정석, 유연석, 김대형 모두 실제 배역과 완벽한 싱크로율에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죠.
그런데 정경호가 보여준 의외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까칠하고 냉랭한 배역을 주로 맡아 많은 사람들이 정경호의 실제 성격도 다소 예민하고 까칠하리라 예상했지만, 막상 <슬기로운 캠핑생활>에서 정경호가 보여준 모습은 하는 말마다 콧소리가 섞여있고 작은 행동에도 깜찍한 애교가 배어있는 모습이었죠. 시작부터 썸네일에 ‘애교 담당’으로 소개되기까지 했는데요.
정경호는 막내인 유연석에게도 귀여움받는 ‘막내 아닌 막내’의 포지션으로 네티즌들에게도 사랑받았습니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사랑받고 자란 ‘찐’ 귀여움이다’, ‘김준완은 어디 가고 웬 애굣덩어리가 있네’. ‘여태까지 저런 애교를 찐친만 봐왔던 거냐’ 같은 반응을 보였죠. 한편 정경호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비롯해서 영화 <대무가 : 한과 흥>, <압구정 리포트> 등 다양한 작품으로 활약할 예정이라 팬들의 기대가 여느 때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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