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두환이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7년, 같은 병원에서 연세대학교 86학번 한 학생이 숨을 거뒀습니다. 바로 민주 항쟁 운동에 그 누구보다 앞장섰던 이한열 열사였습니다. 오늘은 80년대 민주 항쟁의 일선에 있던 배우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폭탄 미수 사건
안내상
어떻게 보면 순박하고, 심지어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 안내상은 사실 학생 운동 시절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과거가 있는 사람입니다. 안내상은 1988년 광주의 미국 문화원에 폭탄을 설치했지만 불발되었고, 해당 사실을 즉각 자수해 8개월간 복역했습니다. 안내상은 당시 전두환의 독재와 폭력 진압 등을 방관하는 미국 정부에 분노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은 있어서는 안 될 폭력 행위였다며 반성하고 있다는 뜻을 비췄습니다.
한편 안내상은 연극배우를 거쳐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명품 조연 배우로 거듭났습니다. 올해에만 무려 7편의 드라마의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현재는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악마판사>, <더 로드 : 1의 비극>에 출연 중입니다. 특히 <더 로드 : 1의 비극>에는 상대역 김혜은과 격정적인 멜로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되었죠.
외신 보도의 주역
우현
안내상과 연세대 신학과의 동기이자 절친인 우현도 민주화 운동의 일선에서 뛰었던 배우입니다. 당시 이한열 열사의 추모 행진을 찍은 사진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인물이 바로 우현이죠. 해당 사진은 미국 ‘타임지’의 1면을 장식하며 해외에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습니다. 실제로 주로 공권력이 닿지 않는 물밑에서 활동하던 안내상에 비해 우현은 시위의 선봉대에 섰고, 감옥에도 두어 번 갔다 와 군대가 면제되기도 했는데요.
우현은 영화 <1987>에서 치안본부장 ‘강민창’을 맡기도 했죠. 우현은 선역과 악역과는 별개로 영화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둔다며 출연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편 우현은 최근 성공리에 종영한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 땅끝마을의 이장이자 ‘오지라퍼’, ‘홍이장’을 맡아 명품 조연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한열을 지켜라
신현준
신현준은 영화 <1987>의 배경이 되었던 1987년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습니다. 새내기의 낭만을 마음껏 누리기에도 부족할 시기에 신현준은 곧장 민주화 운동의 물결에 동참했는데요.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이한열 열사를 경찰과 군인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힘 좀 쓴다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의 곁을 지켰는데, 신현준도 그 현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신현준은 이한열 열사의 임종을 끝까지 지킨 인물 중 한 명이었죠.
한편 신현준은 현재 연기 활동은 잠시 쉬고 예능 진행자로서 맹활약 중입니다. 현재 <빵카로드>, <씨푸드 딜리버리 바다마켓>, <건강 청문회> 등 무려 3편의 방송의 MC를 맡고 있죠. 최근에는 셋째 딸 ‘신민서’를 얻어 세 남매의 아버지로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단란한 가정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양대의 전설
이문식
코미디면 코미디, 액션이면 액션, 카리스마면 카리스마 어떤 연기든 완벽한 자신의 색으로 소화하는 명품 조연 이문식은 한양대학교에서는 전설적인 민주화 운동의 주역입니다. 당시 함께 시위에 참가했던 동문 홍석천이 최루탄 연기에 힘들어하자 이문식이 등장해 그를 구해줬다는 일화도 있죠.
이문식은 영화 <달마야 놀자>, <라이터를 켜라>, <황산벌> 등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에는 전부 출연하며 특유의 코믹한 감각이 있는 배우로 이름을 날렸는데요. 동시에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낙원의 밤>에서는 부패한 경찰 ‘박과장’으로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한열이의 뜻을 받아
박철민
영화계 대표 감초 배우, 박철민은 유독 이한열 열사와 연이 깊은 배우입니다. 중학생 시절 이한열 열사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짝꿍이었기 때문인데요. 박철민은 이한열 열사와 마찬가지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목격자이자 생존자로 중앙대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하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당시 박철민의 별명은 ‘민주대머리’였다고 합니다. 연극배우로 활동할 때도 노동 운동과 인권 운동에도 발 벗고 나섰죠.
박철민은 실제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배우인데요. 1996년 영화 <꽃잎>을 시작으로 <스카우트>, <화려한 휴가> 등에 꼬박꼬박 얼굴을 비췄죠. 최근에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도 등장해 시대의 아픔을 전했습니다. 노동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표하던 인사답게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도 출연하는가 하면,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태일이>에서는 성우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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