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연 감독 유퀴즈 출연
정준영 좋아하던 열혈 팬
“죄책감에 영화 만들었다”
영화 ‘성덕’을 만든 오세연 감독이 ‘죄 없는 죄책감’에 대해 말하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1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의 감독 오세연이 출연했다.
이날 오세연 감독은 ‘성덕’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 “성공한 덕후라는 게 ‘결국 계를 탔다’ 이런 의미다. 스타를 직접 만나거나,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을 찍거나 나를 기억해주거나. 스타와 나 사이에 접점이 발생할 때 성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재석은 “감독님도 성덕이냐”고 묻자 오세연 감독은 “저도 성덕이었고 팬분들 사이에서 ‘네임드’였다. 스타도 저를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라고 꼽아 준 적이 있어서 스스로 성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과거 ‘별바라기’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스타 앞에서 팬심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는 오 감독이 좋아했던 스타는 바로 정준영이다.
정준영은 201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버닝썬 게이트를 수사하던 중 승리의 핸드폰에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 발견되며 추악한 범죄 사실이 밝혀진 인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혜성 같이 떠오르며 천재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는 사실 단체 채팅방에서 주도적으로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을 배포하는 범죄자였다.
그가 단톡방을 통해 배포한 영상들은 수면제 등 약물을 사용하여 무의식의 여성을 강간하는 동영상으로 여성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유죄 판결받았으며 정준영은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오세연 감독은 그의 성범죄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회상했다.
그녀는 “그날따라 갑자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하필 다큐멘터리 만들기 책을 읽고 있었다. 그걸 읽느라 휴대폰을 못 보고 있었는데 도서관 문을 닫아야 해서 핸드폰을 보니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더럽고 기분 나쁘지만 네 잘못 아니니까 힘들어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넘기고 인터넷 들어갔더니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렇게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때부터 그를 좋아했던 오 감독은 아르바이트할 수 없는 나이였기에 본인 것이라고 판단되는 세간살이들을 중고 거래로 판매해 팬클럽 활동 비용을 마련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그를 좋아했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의 자랑스러운 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해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10대의 전부였던 스타의 추악한 모습을 마주한 그녀는 몹시 괴로웠다고 한다.
오세연 감독은 ‘성덕’이라는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정준영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 완전히 마음이 떠났으나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 사건은 실제 피해자분들이 있는 사건이지 않나. 사실 이걸 영화로 만드는 게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했다”라며 “이 팬들이 예전에는 그 범죄자를 지지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돌아섰고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약간의 책임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영화에서 등장한 10명의 ‘실패한 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했냐”라고 유재석이 묻자 오 감독은 “저도 같은 입장이지 않나. 실패한 팬, 망한 팬이었다 보니까 저한테 물어봐 줬으면 하는 것들을 많이 물어봤다”라고 대답했다.
오 감독은 “심경이나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들, 같은 일을 경험한 동료로서 나눌만한 이야기들 위주로 질문 많이 했다”라고 덧붙이며 “‘무지개인 줄 알았는데 신기루였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사회악을 돕는 거다’ 이런 대답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중에 한 명이 저한테 ‘죄 없는 죄책감’ 그 단어 자체를 알려줬고 ‘우리의 응원과 지지가 범죄 동력이 된 게 아닌가 그런 기분이 든다’라는 대화를 나눴다”라며 “팬들한테는 계속 가져갈 죄책감의 일부 아닐까 싶다”라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오세연 감독은 영화 촬영 후 ‘성덕’의 의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성공한 덕후라면 정량적인 것들. 몇 번 만났고 몇째 줄에 앉았고 그런 걸 따졌다. 근데 여러 사건을 거치고 영화를 만든 후에는 ‘성공한 덕후’라는 게 결국 내가 오랫동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거,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 거. 좋아하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덕후가 다 성공한 덕후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희 영화 제목이 ‘성덕’이지 않나. 이 제목을 항상 성공한 덕후라고만 생각했는데 ‘성찰하는 덕후, 성장한 덕후’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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