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작가들에게 시나리오는 보통 자식에 비유됩니다. 그만큼 감독들과 작가들에게 시나리오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른데요. 하지만 때로는 오로지 캐스팅만을 위해서 시나리오를 과감하게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배우들을 위해서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해 대박이 난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팥 없는 찐빵, 원빈 없는
<아저씨>
벌써 11년 전 영화지만 아직도 한국의 대표적인 액션 영화로 꼽히는 영화 <아저씨>는 특히 30대에 접어든 원빈의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의 초안을 작성할 때는 제목 그대로 40대, 50대 정도 되는 중년의 배우를 섭외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한 원빈이 먼저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정범 감독은 즉각 원빈을 캐스팅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했는데요. 시나리오 초안의 ‘차태식’은 7살짜리 아이를 잃은 남자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원빈의 나이에 맞추려고 임신 중 아이가 아내와 함께 사망한 것으로 설정을 변경했죠.
오로지 원빈만을 위해 추가된 장면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아저씨> 최고의 명장면, 차태식이 ‘소미’를 되찾을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 머리를 미는 장면입니다. 사실 이정범 감독이 이 장면을 시나리오로 썼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막상 해당 장면을 카메라에 담자 감탄만 나와 ‘대박’을 짐작했다고 하죠.
애드리브만 8할
<신세계>
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황정민은 스스로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시킨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황정민은 대본을 받자마자 감독 박훈정에게 먼저 연락해 ‘시나리오를 수정하겠습니다’라고 통보했죠. 황정민은 우선 전라도 사투리를 더욱 리얼하게 수정했고, 정청의 걸쭉한 입담을 살리기 위해 욕설을 추가했습니다.
심지어 <신세계>에 정청의 전체 분량 중 약 80%는 황정민의 애드리브로 이루어졌는데요. <신세계> 전설의 명장면 엘리베이터 신에서 정청이 한 ‘드루와, 드루와’도 황정민의 애드리브였죠. 영화의 마지막, 정청과 이자성의 우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여수 회상 장면도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었지만, 황정민이 제작진과 논의한 끝에 추가한 장면이었죠.
김혜수와 전지현 투 샷이라면
<도둑들>
최동훈을 천만 감독으로 만든 2012년 영화 <도둑들>은 김윤석, 이정재, 김수현, 전지현, 김혜수 등 초호화 배우들이 등장한 작품입니다. 최동훈 감독은 작품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전작부터 함께 했던 김윤석과 김혜수를 캐스팅 1순위로 점찍어 놨었는데요.
김윤석은 무리 없이 캐스팅이 됐지만, 김혜수는 의외로 대본을 받자마자 출연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도둑들>의 ‘펩시’가 <타짜>의 ‘정 마담’과 너무 비슷해서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착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최동훈은 펩시 캐릭터 설정을 대폭 수정해 김혜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최동훈이 시나리오까지 바꿔가며 꼭 캐스팅하고자 했던 배우가 또 있었는데요. 바로 ‘예니콜’ 역을 맡은 전지현입니다. 사실 <도둑들>의 초안에는 예니콜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의류 매장 행사에서 전지현을 만난 최동훈은 전지현의 매력에 홀딱 반해 예니콜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전지현을 캐스팅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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