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영화에 너무 심취해 닳고 닳도록 여러 번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다 보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숨겨진 디테일들을 발굴해내는 재미도 있는데요.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도 매니아들을 위한 작은 팬서비스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캡틴 아메리카가 21세기를 살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메모하는 장면인데요. 사실 이 메모는 DVD 버전에서 나라마다 다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판 DVD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의 메모에는 ‘Dance Dance Revolution, Ji-Sung Park, Oldboy, 2002 World Cup’이 적혀있습니다. 90년대 후반 ‘인싸’들의 점유물이었던 게임기 ‘DDR’부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까지 한국에 대한 이모저모들이 깨알같이 등장했는데요.
특히 미국에서도 리메이크된 바 있는 2003년 영화 <올드보이>도 한국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의 감독 루소 형제가 한국 영화계에 보내는 일종의 헌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포츠 신화를 만들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등장해 관객들을 반갑게 했죠.
미국 문화가 한 손에 미국
그렇다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의 본가 미국판에는 어떻게 나와있었을까요? 메모의 제일 위에는 ‘I Love Lucy’가 적혀있는데요. 50년대 미국에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왈가닥 루시>라는 작품입니다. 그 밑에는 ‘Berlin Wall’이 적혀있는데요. 1961년 세워졌다가 1991년 붕괴된 베를린 장벽을 표현하기 위해 ‘Up+Down’이라 적혀있습니다.
베를린 장벽 밑에는 ‘Steve Jobs(Apple)’이 있는데요. 픽사의 CEO이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종의 존경을 표현한 거죠. 또한 영화 ‘Star Wars’에 빗금을 쳐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 봤다는 표시를 해놨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메이슨 원두’로 나오는 사무엘 잭슨을 의식한 이스터에그죠.
예고된 닥터 스트레인지? 영국
영국 버전에는 마치 운명 같은 메모가 있는데요. 제일 상단에 ‘TV Show – Sherlock’을 적어둔 것입니다. 드라마 <셜록>으로 이름을 알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2년 후 <닥터 스트레인지>로 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도된 연출 같지만, 영화 개봉 당시에는 배역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히 운명 같은 우연입니다.
또한 락의 황제 ‘비틀즈’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던 1966년 월드컵도 나란히 자리했습니다. <007> 시리즈의 초대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너리도 영국에 대해 알아야 하는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1960년대 전 세계에 스파이 열풍, 007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영국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은 국민 배우죠.
자존심의 나라 이탈리아
애국심이 강한 나라 이탈리아 버전에는 이탈리아 국민이라면 뿌듯해할 만한 내용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1982년과 2006년 두 차례 우승했던 월드컵에 대한 내용과 F1 그랑프리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가 우승했던 게 적혀있었는데요. 축구와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이 유달리 강한 이탈리아 팬들에게 전하는 최적의 팬서비스였습니다.
또한 이탈리아의 국민 가수 바스코 로시도 등장했는데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앨범만 30개 이상 발매한 유명 가수입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아카데미 3관왕을 차지한 이탈리아의 명감독이자 명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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