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악역 전성시대입니다. 영웅도 영웅이지만, 빛나는 영웅이 존재하려면 그보다 어두운 악역이 잘 만들어져야 하죠.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도 악역의 서사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최고 빌런이었던 ‘조커’의 단독 영화 <조커>를 만들기도 했고, 오는 19일에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빌런인 ‘크루엘라’의 탄생기를 다룬 영화 <크루엘라>가 개봉할 예정이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오늘은 독을 품은 장미, 한국 영화를 빛낸 여성 악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화,홍련> – ‘은주’
한국의 전래동화 ‘장화 홍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장화, 홍련>은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당시 신인이었던 문근영, 임수정을 발굴하고 염정아를 연기파 배우로 만든 영화입니다. 뛰어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장화, 홍련>은 개봉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공포 영화 흥행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화입니다.
염정아는 ‘수미’와 ‘수연’ 자매의 새엄마, ‘은주’ 역을 맡았는데요. 아이들을 학대하는 계모면서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면으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입니다. 특히 은주는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명대사를 남겨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숨바꼭질> – ‘주희’
영화 <숨바꼭질>은 배우 문정희의 연기 인생을 바꾼 작품입니다. <숨바꼭질> 이전에도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던 배우였지만, 작품운이 2% 부족해 대표작이 없었죠. 문정희는 <숨바꼭질>에서 어딘가 불안해 보이면서 주인공 ‘성수’의 형, ‘성철’의 실종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인물로 나오죠.
문정희는 거의 이중인격에 가까운 ‘주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영화 전체의 공포감을 책임졌습니다. 문정희는 국내 유수의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죠. <숨바꼭질>로 인지도를 올린 문정희는 드라마 <배가본드>, 영화 <카트>, <내가 죽던 날>에서 활약하며 연기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콜> – ‘영숙’
전종서는 영화 <버닝>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충무로의 신성으로 떠오른 배우입니다. 데뷔작이 무려 이창동 감독의 영화라 사람들에게는 ‘제2의 문소리’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죠. <버닝> 이후 전종서가 모두의 기대 속에서 선택한 차기작은 영화 <콜>이었습니다. 전종서는 1990년대를 사는 ‘영숙’으로 분했습니다.
영숙은 우연히 20년 후 미래에 사는 서연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비록 만나지는 못하지만 절친한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사실 영숙의 정체는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어딘가 꺼림직한 느낌이 든 서연이 자신을 끊어내자 영숙은 180도 돌변해 서연 주변의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죽여버리는 잔학무도한 인물이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연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영화지만 막상 그 뚜껑을 열어보면 혀를 내두르게 되는 영화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주연에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등 쟁쟁한 조연 배우들, 신현빈, 정가람, 김준환 등 한창 주목받고 있는 충무로의 신예 배우들까지 다시 없을 라인업을 자랑하는 영화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전도연이었습니다. 전도연은 주인공 태영을 속여 보증을 서게 하고 돈을 들고 잠적한 인물입니다. 그만큼 수완이 좋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돈을 위해 사람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인물인데요. 사실 연희는 초반에는 언급만 될 뿐 중반까지는 등장하지도 않지만, 등장인물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죠. 그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