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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계의 크록스라 불린다는 국민 슬리퍼, 이젠 없어서 못 팔아요

이믿음 에디터 조회수  

인체에서 가장 많은 하중을 받는 부위는 발이다. 보통 달리기나 움직임이 있을 때 발로 받는 하중은 자기 신체의 2배~3배 정도다. 예를 들어 70kg의 사람이 움직임이 있을 때 발은 140~210kg의 하중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하루에 움직이는 보폭 수로 환산했을 때 총 600여 톤의 부하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발 건강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대인들이 자리에 앉아 생활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간과할 일이 아니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발에 대한 건강 관리는 필수적이다.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서는 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커버리 슈즈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가 생길 만큼 시장이 활성화돼기도 했다.

리커버리 슈즈는 회복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다. 재작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로 격한 운동이나 야외 활동 이후 피로한 발의 회복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슬리퍼 생활이 가능한 직장과 생활 반경 안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아직은 일반적인 삼선 슬리퍼가 더 익숙한 게 실상이다. 과연 리커버리 슬리퍼는 어떤 제품일까? 노마디스타의 김도희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가기)

비앤티스포츠 김도희 대표

◇신발로 시작한 사회생활

김도희 대표는 일본어를 전공한 이후에 유명 브랜드 신발을 유통하는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발 업계에서 20년간 몸을 담으며, 생산 관리직으로 일을 했다. 해외에 있는 신발들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삼자 무역을 진행했다. 즉 병행 수입을 시도한 것이다, 신발 리셀 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여러 한정판 신발들을 다뤄왔다. 회사를 다니며 여러 경험을 쌓아오다 돌연 퇴사를 결심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었나요?

“병행수입을 진행하면서 어렵지 않은 시장이면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랑 거래를 자주 진행하다 보니, 해외 라인도 생겼습니다. 그에 따라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듯했고, 동시에 신발을 너무 좋아해서, 브랜드화 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매번 유통일을 해오다 보니, 자연스레 제조에도 관심이 갔고, 나중에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했나요?

“2015년도 그린피시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땐 지분이 반반이었으니 온전히 내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신발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물건을 유통, 제조했습니다. 그때 우븐을 소재로 신발을 만들었습니다. 고무줄로 된 신발이었는데, 당시 인기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50만 족 가까이 판매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억 단위의 돈이 들어오자, 성공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계속된 상승세에 기쁘기도 했지만, 유행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븐 슈즈는 아무런 변화도 맞이하지 못한 체 수요가 끊기고 말았다. “디자인, 기능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뚝 끊겼습니다. 이게 유행이구나라고 느꼈죠”

위기를 맞이하며 배운 것들이 많았을듯해요.

“그린피시라는 작은 브랜드에서 매년 15만 족을 판매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판매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큰 브랜드들도 단일 제품이 잘나가는 경우는 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이 아이템이 최소 10년 이상은 가겠거니 하며 관망하고 있었던 게 가장 큰 패착이었습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격만 조금씩 조절해 나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물량 조절에 실패했던 거죠. 재고가 10만 개가 쌓였다는 것이 가장 큰 미스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요 예측도 하지 못한 거고, 재고 관리에도 실패했습니다. 과신을 했던 거죠. 계속해서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과신이죠. 어쨌든 시장은 서로 뜯고 뜯기는 시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일해지면 안 됐어요. 그래서 항상 의심하고, 제품을 두들겨보며 과신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시 오프라인에도 유통하며 현대백화점에서도 판매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썰물 빠지듯이 모든 판매가 멈췄다. 가격,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트렌드가 바뀐 것이었다. 그때를 본보기로 너무 특수한 분야를 다루면 안 되겠다 느꼈고, 아이템 선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실패해도 다시 한번 더

첫 창업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제품이 없었다. 신발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었다. 러닝화를 비롯해, 특수한 소재의 우븐 슈즈, 슬리퍼도 만들었다. 창업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금전적인 이유가 컸지만, 그만큼 간직하고 있던 꿈도 있었다.

“오랫동안 운동화와 관련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관심도 많았고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월급을 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관심이 많던 신발이나 옷을 제조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노마디스타의 물류창고

왜 하필 리커버리 슬리퍼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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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러닝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이전의 경험을 통해 일찌감치 전략적인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결국은 제품을 팔아야 하는 일인데 국내 운동화 시장에서는 대형 브랜드가 아닌 제품을 판매하기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슬리퍼, 단화 스타일은 있지만, 온전히 국내 운동화 러닝화를 취급하는 매장은 찾기 어려운 게 실상입니다.”

실제로 스베누라는 국내 브랜드가 마케팅적으로 성공을 이뤘으나, 이후 여러 염색, 물 빠짐 논란에 휩싸이자 국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 여파인지 메이저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뉴발란스 등이 90%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당시 운동화를 판매해본 결과 20,30대에선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편한 신발을 찾는 50~60대 만 타깃이 가능했다. 그래서 운동화 시장은 어렵다고 판단해서 다른 아이템으로 선회했다. 그때 우연하게도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 생활이 많아진 것과 맞물리며, 김도희 대표는 슬리퍼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메인으로 개발을 진행한 게 겨울이다 보니 온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모든 슬리퍼류의 주요 소재인 EVA 성분의 특성상 열에 의한 수축 현상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여름철에 차량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죠. 리커버리 슈즈에 사용되는 EVA라는 소재가 가진 특성은 버켄스탁, 크록스 같은 브랜드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수축 문제가 나타났지만, 경도가 높아 딱딱한 물성의 신발은 수축률이 크게 높진 않았습니다. 저희는 부드러운 쿠션의 제품을 만들려다 보니 수축 문제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리커버리 슈즈를 만들기 위해 소재 개발에 집중했다.

“판매하는 동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판매를 하고 8월에 휴가 가시는 분들이 차량에 신발을 보관하는 경우에 수축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인지한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소재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렇게 부산에 위치한 신발연구소에 의뢰해 수천만 원의 연구비와 6개월의 시간을 들인 이후에 새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생산데 돌입했습니다. 당시 운이 좋았던 게 연구원분이 7~8년 정도 연구를 진행해온 분야여서 운이 좋게 같이 진행할 수 있었고,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소재에 집중하신 건가요?

“네, 사실 대형 글로벌 브랜드에서 리커버리 슈즈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리커버리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미국의 ‘우포스’라는 브랜드 이외에는 잘 없습니다. 나이키, 뉴발란스에서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자금이 없거나 개발을 못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 자체가 불량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에요. 충격 흡수제라는 게 들어가기 때문에 불량률이 20%를 훨씬 상회합니다. 1,000개를 생산하면 200~300개가 불량이 생긴다는 말이에요. 대형 브랜드에선 불량률을 1%~2% 정도로 잡기 때문에 사실 품질 관리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우포스나 저희 같이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면 사실 하나의 카테고리로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게 어렵습니다.” (바로가기)

새롭게 선보인 노마디스타는 슬리퍼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새롭게 선보인 제품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와디즈에서 출시를 했을 때, 예상금액으로 2,000만 원 정도 생각했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다른 브랜드에서 슬리퍼를 개발해 먼저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2,500만 원 그러니까 금액으로 치면 700개 정도를 판매했더라고요. 사실 저희도 그 정도라 생각하고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진행 결과 7,600만 원 정도의 펀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와디즈가 솔직히 말해서 최근엔 좋지 못한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그 와중에도 높은 만족도와 펀딩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게 신기했습니다. 제품 평가도 상위 5%를 기록했었고, 반응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마케팅 방법에 대해 잘 몰라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도 입소문을 통해 파생 주문이 들어왔던 게 컸었죠.”

◇ 소재에서 기능까지 사로잡아

국립 소재 연구소와 협업한 리커버리 슈즈는 EVA 기반 소재가 가진 취약점을 해소한 제품이다. 열에 의한 수축을 예방하는 동시에 쿠셔닝까지 잡아냈다. 여러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섭씨 70도에서도 1.5%의 수축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소재뿐만 아니라 기능성 면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논슬립 미끄럼 방지 돌기 홈을 적용해 물기가 있는 바닥에서 안정적인 접지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신발 자체 커브드 디자인을 통해 바른 걸음걸이와 하체 근육의 스트레칭 효과를 일으 다리 붓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바로가기)

노마디스타 제품 촬영 현장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운동화, 슬리퍼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보며 느낀 게 있다면, 여러 가지를 하면 안 되겠다였습니다.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방향을 잡고 슬리퍼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가 되려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군이 너무 적어 자금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여유가 생기게 된다면 다양한 구성을 바탕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크록스가 국민 신발이 된 듯합니다. 저희도 슬리퍼 하면 노마디스타를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브랜드로서 미국의 우포스, 독일의 버켄스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인지도를 가지고, 작지만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비앤티스포츠 김도희 대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무역 일을 할 땐 너무 즐거웠습니다. 여권 도장칸이 50장 이상 찍힐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울타리를 나와 창업에 뛰어드니, 쉴 곳 하나 없었습니다. 10년 전에 창업에 뛰어들면서 이 일을 다시 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저한테 스며든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좋았던 기억은 이젠 소용이 없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이 대표의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소규모 업체 특성상 대표자가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요. 누가 팔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 관련된 온라인 마케팅이나 광고 등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바로가기)

이믿음 에디터
lee@butterpopcor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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