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차 배우도 혀를 내두른 촬영 현장
<곡성>에서 ‘외지인’ 역을 맡은 쿠니무라 준은 일본에서 이미 유명한 관록 있는 배우입니다. 그만큼 영화에 거는 기대도 컸고, 몸을 불사하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외지인이 알몸으로 산을 뛰어다니며 산짐승을 뜯어먹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고기를 뜯어먹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아 대부분의 관객들은 먹는 연기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육회를 먹으며 촬영해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합니다.
쿠니무라 준은 고령의 나이에 산을 뛰어다니고 한겨울에 전라에 가까운 노출을 감행해야 했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관절이 좋지 않아 촬영 때마다 아미노산을 30알씩 먹어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쿠니무라 준은 한 인터뷰에서 <곡성>만큼 힘든 촬영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폭포물을 맞는 장면을 찍을 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응급팀까지 대기시켜서 찍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 짐작이 갑니다.
천우희 아닌 무명?
나홍진 감독이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가장 필수적인 캐스팅 조건으로 뽑은 것이 바로 유창한 전라도 사투리였습니다. <곡성>의 ‘진 주인공’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 같은 경우는 아버지가 전라도 사람이라 사투리를 배우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반면 밀양에서 극단 생활을 한 곽도원은 전라도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영화 촬영 전 곡성에서 한 달 정도 살았다고 합니다.
<곡성>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무명’의 캐스팅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날카로우면서도 속이 빤히 보이지 않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에 캐스팅에 공을 들였는데요. 놀랍게도 그 캐스팅 후보에는 걸그룹 포미닛 출신의 현아도 있었다고 합니다. 나홍진 감독이 직접 찾아가 출연을 제안할 정도였지만 현아는 가수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거절했죠.
강제로 전업할 뻔한 황정민
무명처럼 일광도 처음부터 황정민을 염두에 둔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생각했던 배우는 류승룡이었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영화 <신세계> 촬영장에 방문해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황정민에게 일광 역을 맡겼다고 합니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무당을 연기하게 된 황정민은 전국의 이름난 무당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며 캐릭터를 분석했습니다.
<곡성>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한 일광의 굿 장면을 찍던 중 영화에 자문을 주던 한 무당은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실제로 신이 들리면 어쩌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소름 돋게도, 호흡이 긴 장면인 만큼 몇 시간이고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었음에도 이상하게 황정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욕 생활과 10kg 감량으로 얻어낸 배역
나홍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진 최고의 미끼, 가톨릭 부제 ‘양이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순히 통역을 위한 배역인가 싶었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죠. 나홍진 감독은 외지인과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양이삼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외지인의 입장과 목소리를 듣게 해 결과적으로 더 큰 의심과 혼란을 안기고자 했다고 밝혔죠.
양이삼 역을 맡은 김도윤은 1차 오디션만 장장 2시간을 봤다고 하는데요. 몇 차례에 걸친 오디션에도 나홍진이 끝까지 ‘잘 모르겠다’라며 캐스팅을 망설이자 김도윤은 ‘사제 역에 걸맞게 금욕 생활을 하겠다’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김도윤은 양이삼 역을 위해 몸무게를 10kg 가량 감량했고,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양이삼을 소화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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