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엔지니어로 20년간 활약
퇴직 후, 자동차 용품 세웠지만 빚더미
IoT 핸들그립 두 번째 창업 도전
출시 2개월 만에 매출 2억 원
졸음운전은 연휴가 되면 가장 많이 보이는 뉴스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발생 원인 1위는 졸음운전 사고라 밝혀졌다. 조금만 조심하면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버틸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늘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리곤 한다. ‘도로 위 폭탄’ 졸음운전을 막고자 두 팔을 걷어붙인 이가 있다. 손바닥을 지압하는 핸들그립 간단한 아이디어로 피곤함에 지친 운전자들에게 안전을 선물했다. 운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삼일비앤씨 이현주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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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음운전 막는 핸들그립 으로 펀딩 사이트서 히트
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졸음운전의 가능성도 커진다. 이현주 대표는 잦은 지방 출장으로 매번 졸음과의 사투를 벌여왔다. 껌으로 잠을 이겨내려 했지만, 매일 껌을 씹어 밤이면 턱이 아플 정도였다.
“가까운 생활용품점에 찾아가 천 원짜리 지압볼을 구매했습니다. 졸음이 올 때마다 주무르니 졸음껌보다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둥글어서 고속도로 주행 중 사용하기엔 위험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지압볼에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다시 졸음운전의 굴레에 빠지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몬스터 핸들그립 ’이다.
– 제품 원리가 무엇인가
“제품의 위치별로 돌기의 크기와 규격이 다릅니다. 손가락과 손바닥 볼륨에 맞춰 설계되어 핸들그립 을 잡았을 각각의 혈자리를 충분히 눌러주죠. 실리콘의 탄성에도 신경 썼습니다. 엄지 근육의 힘 분포와 4개 손가락의 파지 운동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주무르는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위험함도 덜하다. 그립의 양 끝과 가운데에 자리한 C형 판스프링이 핸들을 단단하게 물어 준다. 빠른 핸들링에도 끄떡없이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전자의 취향을 고려한 설계도 돋보인다. 핸들 전체를 감싸지 않아 원하는 위치에 그립을 부착하면 된다. 제품의 부착면 CUB 값을 일체화했기 때문에 다마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몬스터 그립을 설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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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연구개발 끝에 몬스터 핸들그립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하지만 자금 문제로 곧장 제품을 판매하기가 어려웠다. 대신 펀딩 사이트를 이용했다. 마쿠아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 제품을 출시했다.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1,400명의 후원자를 끌어모으며, 3,741%의 펀딩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졸음운전 효과에 서울 리무진버스와 코레일에서도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덕분에 출시 한 달 만에 4,000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 4050 운전자들과 운전직 종사들에게도 입소문이 나 온라인몰에서도 인기를 끄는 중이다.
◇ 중국산 제품에 밀려 결국 사업 중단까지
이현주 대표는 근 20년을 공공기관에서 지냈다. 전기·건축공학 엔지니어로, 각종 문화예술 시설 건립 사업의 감독을 맡았다. 서울열린극장 창동, 서울연극센터, 명동예술극장 등 서울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시설물에는 모두 그의 손길이 묻어 있다. 당시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 수상의 영광도 얻었다.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4년 위너폰 박진수 대표와 함께 선거 운동 솔루션 ‘위너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ICT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 어플에 최적화된 선거 운동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사업은 순항을 이뤘다. 약 700명 이상의 후보자에게 솔루션을 판매했다. 어느 정도 자금이 쌓이니,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결국 남들보다 일찍 퇴직을 선택한 그는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 퇴직 후 어떤 분야에 창업한 건가
“당시 운전자 헬스케어 IoT 핸들 커버 개발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자동차용품 제조기업 지투모터테크를 인수했습니다. 핸들 커버를 주력으로 자동차 트렁크 가방, 시트, 방석 등을 생산해 판매해나갔죠. 동시에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IoT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산 제품이 국내 제품만큼이나 우수한 품질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제조 비용도 국내보다 훨씬 저렴해, 자동차용품 유통사도 하나둘 중국산 제품을 찾게 됐다. 지투모터테크 역시 조금씩 시장에서 밀려나, 경영 악화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공장 임대료조차 내지 못했던 상황이라, 장비와 시설을 그대로 두고 지투모터테크를 떠났다. 다행히 2년간의 사업 끝에 얻어낸 결과가 있었다. “연구를 거듭했던 운전자 헬스케어 IoT 핸들 커버 개발 기술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일반적인 자동차용품으로는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없으니, 남은 선택지는 헬스케어 IoT 핸들 커버를 판매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현주 대표는 핸들 커버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 사업에 꾸준히 참여했다. 이때 알게 된 유수엽 박사와의 인연이 창업의 꽃을 피웠다. IoT 시장의 발전을 믿었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삼일비앤씨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오롯이 제품 개발에만 매진했다. 지투모터테크의 실패로 사업에 회의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운전자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는 계속됐다.
◇ 2년간의 R&D 끝에 제품 탄생
아직 개발 단계다 보니 자금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일렀다. 정부 지원 사업과 중기청 R&D에 꾸준히 도전하며 사업을 이어나갔다. 계속된 외부 업무와 자체 연구로 타 연구기관, 연구소와의 미팅도 잦아졌다. 이때 매일 지방 출장을 오가면서 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사용한 지압볼을 개발 중인 IoT 핸들 커버에 접목하게 된 것이다.
–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과정이 궁금하다.
“스마트 그립 외형 기구 디자인에 지압볼처럼 돌기를 설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 디자인에 들어가 3D 프린터로 출력하니, 모양이 꽤 그럴싸했죠. 핸들에 완벽하게 부착되어 운전 중 사용해도 위험하지 않았고, 지압 효과는 그대로였습니다. 자동차용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기술 같아 보이지만 제품 개발에만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특히 제품의 핵심인 돌기에 온 신경을 쏟았다. 지압 그립은 운전하는 내내 만지는 요소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불편함을 최소한으론 느끼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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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지압 돌기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1년간의 테스트 끝에 탄생한 1차 개발 버전은 약간 두껍고 일률적인 구조였죠. 그래서 다시 테스트를 거쳐 2차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돌기를 더 얇고 뾰족하게 바꾸고, 손바닥의 볼륨을 고려해 제품 형태를 달리했습니다. 역시 6개월의 테스트를 진행한 제품이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다시 개발에 들어가 1, 2차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한 현재의 몬스터 핸들 그립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2월 마쿠아케 펀딩까지 포함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현주 대표는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곧 항균 기능과 피젯 토이 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인 계획은 몬스터 핸들 그립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 아마존에 진출해 구매 만족도 평점 5개를 달성했습니다. 아마존 유럽 런치 패드 프로그램에 선정됐죠. 이를 발판 삼아 영국 아마존까지 유통 창구를 확보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몬스터 핸들 그립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동차 용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2016년 개발을 마친 심박 측정 IoT 모듈을 적용해 IoT 디바이스로도 제품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졸음을 깨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성공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끝까지 버티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2016년 IoT 디바이스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반응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운전자 생체정보 데이터를 모으고 제품 개발에 몰두랬죠. 그런데 지금 그 데이터가 중요해졌습니다. 2019년에는 BMW Group R&D Center Korea Technology Scout로부터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정보를 물어오기도 했죠. 누군가는 여러분의 믿음에 의심을 보내도, 마지막에도 그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의 시작이 될 거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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