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마지막 시민아파트
1970년에 지어진 회현제2시민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없는 10층짜리 건물
철거 vs 존치, 서울시의 결정은?
얼마 전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시민아파트‘라는 이름의 게시물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 속 아파트를 살펴보면 10층 높이의 복도식 아파트로 건물 벽면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허름하고 으스스 한 모습으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해당 아파트는 1968년에 완공된 남산시민아파트(회현시민아파트)로 독특한 건물 분위기 때문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 ‘추격자’, ‘주먹이 운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 편’ 등의 촬영지로도 활용된 곳이다.
시민아파트의 설립 배경을 살펴보면 6.25 전쟁 이후 많은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무허가 건축물이 넘쳐나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무허가 건축물 중 절반 이상을 철거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쫓겨난 철거민들은 갈 곳이 없어졌는데 이들이 살 장소로 서울특별시에 아파트를 지은 것이 바로 시민아파트다.
이렇게 1969년부터 시작된 시민아파트 건립 계획은 수년간 계속해서 이어졌고 계획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총 447개 동이 지어졌다.
그중 서울특별시 중구 회현동에 지어진 회현시민아파트는 1차와 2차로 구분된다. 1차의 경우 1968년 10월 완공되었으나 2003년 철거되었고, 2차 회현시민아파트는 1970년도에 지어져 현재까지 남아있다.
회현제2시민아파트는 2015년 금화시민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서울특별시 내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최후의 시민아파트가 되었다.
해당 아파트는 보통의 다른 시민아파트들이 5~6층이었던 것에 비해 높이가 10층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아파트 구조는 디귿(ㄷ) 자로 되어있으며 중간 층수인 6층에 구름다리를 설치해서 고층에 사는 시민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다만 2차 회현시민아파트는 높이가 10층이나 되는데도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는 아파트가 지어지던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가 고급 아파트에만 설치되는 값비싼 장비였기 때문이다. 다만 80년대 이후부터는 평범한 아파트에도 보편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회현시민아파트는 지금 보면 매우 초라한 모습이지만 처음 지어졌을 때만 해도, 이전까지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며 3평 미만의 좁은 공간에서 모여살던 철거민들이 방 두 칸에 개별 화장실이 있는 집에 거주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지어진 지 50년이 지났다 보니 노후하고 허름한 상태에 놓여있는데, 철거와 존치 중에 고민하던 서울시는 회현제2시민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예술인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조성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는 352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신진 예술인들을 입주시키고 시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 6월부터 2022년 7월까지로 계획되었던 일정은 주민들이 선뜻 응하지 않으면서 리모델링 사업동의서 미확보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공동주택 지원 관계자 측에서는 “주민 동의서를 받는 중이다”라면서도 향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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