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6세에서 18세가 되기까지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스토리만으로는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영화는 그 해의 신선도 지수 99% 평균 평점 9.4점을 받아 북미 평단에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소년의 성장담을 다룬 평범한 영화가 도대체 뭐가 특별하기에 그 해 모든 영화 시상식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일까요? 촬영 기간만 무려 12년이 걸린 영화 <보이후드>입니다.
어느 날 문득, 같은 배우들을 매년 계속 조금씩 찍어나가면 어떨까?라는 물음과 함께 무려 12년 동안의 시간을 담아 만들어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 <보이후드>입니다. 장장 12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하여 배우와 영화 제작진들의 엄청난 의리와 희생으로 엄청난 작품이 탄생한 것인데요. 다큐멘터리가 아닌 160분 남짓한 영화 한 편에 소년이 커가는 12년의 세월을 응축하고자 하는 감독의 목표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다소 무리한 영화적 실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 도전에 대한 욕망을 떨칠 수 없었고, 그렇게 영화는 예정대로 제작되었죠.
이 영화는 배우와 제작진들이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년에 한 번씩만 만나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만나 매년 15분 정도의 분량을 촬영하여 이어 붙였다고 합니다. 12년이기 때문에 총 12개의 시퀀스가 시대순으로 나눠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의 흐름이 전혀 인위적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여 자연스러웠던 것이었을까요. 모든 장면들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영화 속 메이슨 가족들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보여줍니다.
매 시퀀스마다 시대가 바뀌니 영화를 관찰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죠. 영화를 보면 볼수록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 6살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18살 성인이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보이후드>는 1년에 한 번씩 매년 15분씩 육체와 정신이 커가는 아이를 담았습니다. 엄마와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이사를 다니며 헤어짐을 맞이하고, 가족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커가는 과정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순간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통 영화에서 보는 기승전결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그런 극적인 요소에 기대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풀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가족 영화 속 일반적이고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비추던 것과는 달리 영화 <보이후드>의 배경이 되는 가정은 현대의 불안정해 보이는 가족의 전형을 이야기하는데요. 90년대 말과 2000년부터 사회가 붕괴되어 달라진 현대 가족문화를 현실적으로 영화 속에 녹여 담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문제화하거나 중점적으로 다루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영화는 내적으로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엄청난 감동을 줍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모든 영화 제작진들과 배우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하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현실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요. 이 영화는 전 세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온갖 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싹쓸이하며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무려 5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영화 <보이후드>는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입니다.
12년 동안 한 영화를 찍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2002년 영화가 처음 제작되었을 적에 35mm 필름을 사용하여 제작하였지만, 해가 지날수록 장비들이 점점 디지털화되어가 영화 초반에 사용되었던 촬영 장비를 구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합니다. 12년 동안의 대장정 프로젝트를 한 작품 안에 담아내려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요. 쓰는 장비들마다 각각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장비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한 작품 속에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라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하네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영화에 시간을 독창적으로 담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그의 대표작 <비포>시리즈는 명백한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시간을 담보로 한 실험 작품입니다.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만나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난 9년 후 <비포 선셋>, 18년 후 <비포 미드나잇>의 모습을 다시 영화 안에 각각 담아 총 3편의 시리즈로 완성된 영화죠. 그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간을 초월한 감독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지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소중하게 간직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 같은데요. 어쩌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우리의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래보다는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보면 어떨까요. 영화 <보이후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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