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삭발 퍼포먼스 의미는
보편적인 무대 세팅에 저항
“무대의 주인은 아티스트다”
독특한 퍼포먼스로 관심을 모았던 가수 이찬혁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22일 악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찬혁 첫 번째 솔로 앨범 ‘ERROR’ 비하인드 영상에는 SBS ‘인기가요’ 삭발 퍼포먼스를 마친 이찬혁의 모습이 담겼다.
이찬혁은 삭발한 상태로 “‘무대의 주인은 아티스트다’라는 생각으로 이번 무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페셔널, 굉장히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틀이 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며 “이번 앨범에서 말하고 있는 나한테는 그 틀이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찬혁은 “내가 무대 위에서 머리를 깎아도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내게 있어 무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며 삭발 퍼포먼스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머리를 깎는다는 게 어떤 일종의 반항적인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편적인 무대 세팅에 대한 저항이었다. ‘나는 내가 무대에서 뭘 하든지 그게 무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첫 솔로 앨범 ‘ERROR’를 발표하고 ‘파노라마’라는 곡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찬혁은 연일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모았다.
그는 ‘인기가요’ 무대 위에서 삭발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삭발한 머리카락을 음악 방송을 찾은 팬들에게 나눠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뿐만 아니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MC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러닝타임 내내 무대를 등지고 노래를 불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또한 이찬혁은 무대 밖에서도 잠옷을 입은 채 여의도, 광화문 거리에 깜짝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홍대와 전주 거리에서는 한 사람만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투명한 유리 부스를 놓고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찬혁의 행보에 누리꾼들은 연일 갑론을박했다. “아티스트답다”, “멋있다”라고 띄워주는 누리꾼이 있는가 하면, “예의 없다”, “찬혁이 하고 싶은 거 이제 그만해”라며 만류에 나선 누리꾼도 있었다.
정작 이찬혁은 유리 부스 버스킹을 두고 “정말 비장했다. 음악을 만들 때 진심으로 하듯이, 그곳에서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카메라를 통해서 계속 남겨진다는 게 부담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 부담감은 곧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으로 무대에 임할 수 있게끔 했다”며 “누군가는 재밌어했지만, 저와 눈을 마주친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공유했다. 그런 경험이 되게 특별했다”고 돌아봤다.
이찬혁은 “지금이 하고 싶은 것을 온전히 다 하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활동으로 많은 걸 느꼈다. 장애물, 제한 없이 나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을 때를 상상만 했지, 경험한 적은 없었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있고, 앞으로의 대한 기대도 많이 생겼다”고 이번 앨범 활동을 돌아봤다.
또 이찬혁은 이번 앨범의 컨셉을 ‘죽은 이찬혁’이라고 설명했다. 11개의 곡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마주한 이찬혁의 과정을 담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찬혁의 이번 앨범은 교통사고 ‘목격담’으로 시작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이 담긴 ‘사이렌’,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파노라마’를 거쳐 장례식을 지켜보는 마지막 곡 ‘장례희망’으로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쇼케이스를 펼친 조그만 투명부스는 ‘관’을 연상시키고, 침묵과 삭발은 앨범의 주제인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기도 했다.
이찬혁은 타이틀곡 ‘파노라마’ 뮤직비디오에 동생 이수현이 출연했다며 “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순간에 실제로 그곳에 달려와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뒷모습만 나왔지만, 제가 응급실로 실려 가는 동안에 그 뒤를 슬프게 쫓아와 주는 역할을 해줬다”고 이수현에게 고마워했다.
타이틀곡 ‘파노라마’는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는 다 해 봐야 해”라는 후렴구 가사로 이찬혁이 말하고 싶은 바가 가장 잘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찬혁은 만 16세의 나이로 동생 이수현과 SBS ‘K팝스타2’에 출연하면서 천재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당시 가져온 자작곡 ‘다리 꼬지 마’, ‘라면인 건가’ 등으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곡 세계와 감성을 자랑했다.
악동뮤지션으로 데뷔한 이후 랩보다 보컬이 주가 되며 성숙해진 작곡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의 작곡 능력은 이번 솔로 앨범으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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