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진들에게 ‘특별출연’이란 일종의 조커 같은 장치입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예비 관객들에게는 비밀로 할 수 있으면서, 극장의 관객들에게는 생각도 못한 반가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존재죠. 그래서 때로는 특별출연 배우들은 주연 배우를 위협하는 존재감을 뿜어낼 때도 있는데요. 오늘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특별출연 배우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산행> – 심은경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눈치채지 못한 분들도 많겠지만, 영화 <부산행>에서 심은경의 존재감은 엄청났습니다. 심은경은 KTX가 서울역에서 출발하기 직전 기차 내로 뛰쳐 들어온 여자를 연기했습니다. 사실상 기차 내 최초의 감염자이자 모든 원흉의 시발점이었죠.

사실상 영화에 등장하는 첫 감염자인만큼 심은경이 준 임팩트는 엄청났는데요. 특히 기차의 승무원의 등에 업어 타 목을 물며 등장하는 장면은 앞으로 KTX에 일어날 일을 예고함과 동시에 좀비의 무서움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달콤한 인생> – 황정민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을 생각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김영철과 이병헌이 남긴 수많은 명대사들과 신민아의 미모를 먼저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영화 최고의 악역인 백대식을 떠올릴 겁니다. 황정민이 분한 백대식 역은 영화에 불과 5분밖에 등장하지 않은 특별출연이었지만 황정민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로 극찬을 받았죠.

특히 백대식이 선우와 1 대 1로 맞붙는 장면은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기도 했는데요. 선우를 가차없이 칼로 찌른 후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라는 영화 전체를 꿰뚫는 대사는 아직도 많은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대사입니다. 황정민은 특별출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1987> – 강동원

영화 <1987>은 깊은 울림과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하정우, 김윤석, 김태리, 유해진, 이희준 등 쟁쟁한 배우들이 큰 역, 작은 역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설경구, 김의성, 우현, 문성근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특별출연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돋보였던 배우는 당연 강동원이었는데요. 강동원은 김태리가 분한 ‘연희’를 시위대에서 구해주는 ‘잘생긴 남학생’ 역을 맡았습니다.

강동원이 처음 등장해 두건을 내리자 극장에 ‘헉’ 소리가 울려퍼졌다는 건 유명한 일화죠.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에 갑자기 로맨스 분위기가 풍겨 당황스러울 수 있었지만, 사실 강동원이 맡은 역할은 당시 연세대 학생이었던 이한열 열사였죠. 영화 내내 눈치채지 못했던 관객들에게 씁쓸한 안타까움을 남기고 결국 시위대가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