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민규동 감독과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의 조합이라니. 지금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9년 전 450만 관객을 동원한 ‘반전의 히트작’이었죠. 이선균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히스테리 짜증 연기와 동시대 여성들의 대변하는 임수정 캐릭터, 그리고 류승룡이라는 화룡점정까지 모두 갖춘 영화였습니다. 오늘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숨겨진 비하인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철이 없었죠. 류승룡이 좋아서
소젖을 짰다는 게

<불신지옥>
<최종병기 활>

류승룡의 팬이라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처음 봤을 때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전까지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나 영화 <불신지옥>, <시크릿>, <최종병기 활> 등에서는 선명한 이목구비를 살려 진지하고 선이 굵은 연기를 주로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퀴즈왕>, <평양성> 등에서 코믹 연기를 해도 섹시, 남성미 같은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배우였죠.

하지만 류승룡은 거친 외모와는 달리 섬세한 매력을 풍기는 마성의 남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느끼함’, ‘더티 섹시’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작중 이름인 ‘장성기’는 류승룡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류승룡은 캐릭터의 매력과 카사노바스러움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소 야하게 느껴지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느끼함 하면 개그맨 김해준을 빼놓을 수 없죠. 저질과 느끼함을 오가는 부캐 ‘최준’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개그맨인데요. 최준의 단골 멘트인 ‘철이 없었죠’는 사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가 원조인 대사입니다. ‘불어를 잘하시네요’라는 정인의 말에 성기는 ‘철이 없었죠. 샹송이 좋아서 파리에 살았다는 거 자체가’라는 회심의 대사를 날린 겁니다.

류승룡의 느끼함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또 하나 더 있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최고 명장면이자 관객들을 폭소하게 한 ‘젖 짜기 장면’입니다. 류승룡의 현란한 손놀림과 어딘지 모를 야릇한 분위기가 웃음 포인트인 장면이죠. 그런데 사실 이 소는 유독 젖이 잘 안 나오는 소로 농장에서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촬영 당일에는 젖이 너무 잘 나와 농장 주인까지 신기해했다고 하는데요. 류승룡은 소가 자기 손을 잘 탄다며 뿌듯해했다고 합니다.

짜증 연기의 화신
근데 이제 찌질함을 섞은

관객들의 속을 터지게 만든 주범이자 모든 문제의 원흉, ‘두현’ 역을 맡은 이선균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특유의 짜증 연기를 제대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두현은 아내 정인과 이혼하고 싶어 카사노바 성기에게 정인을 꼬셔달라 부탁하는 찌질한 캐릭터죠. 그런데 영화의 초반, 두현의 가장 큰 문제점과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바로 강릉으로 홀로 떠난 두현이 친구 ‘송 작가’와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인데요. 두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는 시집 안 가냐?’라는 말을 던집니다. 바로 직전 강릉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자유다!’라며 환호하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대사죠. 민규동 감독은 이 대사를 통해 두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순정 아이콘 배우가
칼부림을 하게 된 사연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여러모로 임수정에게는 파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임수정은 거리낄 게 없는 부부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 위해 수위 높은 장면들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 신문 배달부를 매섭게 몰아붙이는 장면은 철저히 계산된 장면이었음에도 상대 배우인 정성화가 실제로 압도될 정도의 명연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임수정은 해당 장면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해 볼 때마다 후회가 된다고 합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제작진들은 자칫하면 비호감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정인을 최대한 사랑스럽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정인과 두현이 함께 부부동반 파티에 참가하는 장면이었죠. 다리와 손가락에 깁스를 한 정인은 두현의 직장 상사들이 불쾌한 얘기를 할 때마다 은근슬쩍 깁스한 중지 손가락을 펼쳐들어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습니다.

나중에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 완성된 영화를 함께 관람할 때 임수정이 ‘현실에 정인이 같은 여자가 있으면 어떨 거 같아요? 짜증 나겠죠?’라고 묻자, 류승룡은 ‘저거는 전적으로 남편 잘못이야. 애초에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들어줬으면 저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라고 의연하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명쾌하게 설명한 말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