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직업은 어떤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대업일 만큼 이루기 힘든 것입니다. 하물며 부업으로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직업은 더더욱 아니죠. 하지만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던가요. 여기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부업인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사기캐’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 백현진인데요. 오늘은 팔방미인 예술가, 백현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운, 박찬욱이
러브콜을 보낸 밴드

<온 스테이지>

백현진이 처음 두각을 드러낸 것은 1997년 어어부 밴드의 정규 1집 앨범 ‘손익분기점’을 내면서부터였습니다. 많은 이들에게는 어어부 밴드가 다소 생소한 밴드로 들리겠지만, 사실 어어부 밴드는 국내 최고의 영화음악감독인 장영규 감독이 만든 밴드입니다. 백현진은 바로 이 어어부 밴드의 보컬을 맡으며 연예계에 데뷔했죠.

<나는 가수다>
<온 스테이지>

어어부 밴드는 당시 파격적인 가사와 개성 있는 음악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큰 화제를 모았죠. 어어부 밴드가 대중들에게 유명해진 데에는 영화감독들의 공이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김지운 감독은 영화 <반칙왕>에 이들의 노래를 두 곡이나 삽입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냈죠. 박찬욱 감독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엔딩곡으로 어어부 밴드의 곡을 쓸 정도였습니다.

<새>

하지만 백현진이 처음부터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화가였죠. 실제로 백현진은 틈틈이 전시회를 열고 SNS에 자신의 그림을 올리는 등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루시드 폴의 정규 앨범 ‘새’의 커버 그림을 직접 그려줄 정도로 입소문이 난 화가입니다.

One Way, One Way
신 스틸러로 난리난 배우

<THE END>
<경주>
<내일 그대와>

백현진은 영화 <THE END>, <영원한 농담> 등 단편 영화의 감독을 맡으며 점점 지평을 넓혀갔습니다. 이후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 <경주>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하게 됩니다. 2017년에는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는 부동산 전문가이자 야망가 ‘김용진’으로 출연했죠.

<그것만이 내 세상>

백현진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였습니다. 백현진은 작중 이병헌이 맡은 김조하의 친구인 ‘동수’를 맡았는데요. 캐나다로 이민을 갈 계획을 짜는 김조하에게 동수는 ‘너 편도로 갈 거지?’라고 묻습니다. 이때 이병헌은 애드리브로 ‘비행기로 간다니까’라는 대사를 날리죠. 당황스러울 법한 애드리브였지만 백현진은 자연스럽게 ‘왕복 말고 편도로 갈 거냐고 이 새끼야, One way, One way, 이 새끼야’로 맞받아쳤습니다.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이 대사 한 방으로 신 스틸러로 떠오른 백현진은 같은 해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서는 거짓 연변 사투리로 연변 동포의 인권을 부르짖는 연설가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우정 출연인 만큼 비중은 적었지만 날선 듯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작년에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오태영 상무’ 역을 맡았는데요. 등장하자마자 무능하고 철없는 간부 역으로 직장인들의 PTSD를 유발하는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죠. 어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개그 캐릭터 같아 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엄청난 승부수를 내놓는 반전 캐릭터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모범택시>의 다음 타깃

<모범택시>

백현진은 최근 드라마 <모범택시>에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숨겨진 범죄자들에게 철퇴를 날리는 무지개 택시 기사 ‘김도기’의 다음 타깃으로 낙점된 ‘박양진’ 회장을 맡았죠. 갑질과 폭행을 일삼는 악덕 상사라는 점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오태영과 일맥상통한 듯했지만, 박양진 회장은 결이 다른 악랄함과 치밀함으로 <모범택시>의 최고 악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모범택시>

박양진은 김도기가 검찰과 결탁해 회사 내부 정보를 빼돌린다는 의심이 생기자 바로 납치해버립니다. 직원들을 시켜 김도기를 윽박지르고 손목을 부순다며 협박까지 하죠. 여기까지는 평범한 악역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김도기가 끝까지 ‘열심히 일하려고 들어왔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사실은 전략기획실의 환영식이었다며 능청스럽게 대꾸해버립니다. 손에 땀을 쥐던 시청자들이 박양진의 광기에 혀를 내두른 명장면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