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떠오르는 토픽이 있습니다. 바로 번역 문제죠. 때로는 한국어로 완벽하게 이해되도록 번역하면서도 원작의 본뜻을 훼손하지 않아 ‘초월번역’으로 극찬을 받기도 하는 반면, 관객들 모두가 알 정도로 명백한 오역을 범해 비판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오역을 했다고 해도 다 같은 오역이 아닙니다. 때로는 영화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오역을 범하기도 하죠. 오늘은 찰떡 오역으로 원제보다 더 원제 같은 제목을 만든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 영화 <나를 찾아줘>는 아직도 반전 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죠. 명장 데이빗 핀쳐 감독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제가 <Gone Girl>인 것을 아시나요? 번역하면 <사라진 여자> 정도가 되겠네요. <사라진 여자>가 직관적으로 영화의 상황을 표현해준다면, <나를 찾아줘>는 은유적으로 영화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능을 합니다.

<나를 찾아줘>는 로자먼드 파이크와 벤 애플렉의 열연과 원작자이자 영화의 각본가인 길리언 플린의 호흡이 빛나는 영화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일과 아내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죠. 인생 연기를 선보인 로자먼드 파이크는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of Walter Mitty>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에 오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초월번역으로 유명한 영화입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명대사와 명장면들이 대거 등장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라는 ‘라이프’지의 발간사가 대표적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제는 <The Secret of Walter Mitty>입니다. 번역하면 <월터 미티의 비밀>입니다. 회사 몰래 잃어버린 필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 번째 비밀과 월터가 유년 시절부터 간직하고 내면의 열정이라는 두 번째 비밀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제목이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상상을 통해서만 자신의 열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영화 초반부의 월터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자신이 생각만 하던 일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입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Night at the Museum>

벤 스틸러의 또 다른 주연작이죠. <박물관이 살아있다>도 원제를 초월번역 해서 호평을 받은 사례입니다. 원래 제목은 <Night at the Museum>입니다. <박물관에서의 밤>이란 뜻이죠. 밤만 되면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일을 다룬다는 설정을 반영한 제목입니다. 반면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박물관의 유물들과 마네킹들이 단체로 살아난다는 독특한 소재를 일부 드러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이죠.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2006년 개봉하자마자 신선한 가족 영화로 떠올라 후속작이 2편이나 더 나온 흥행작입니다. 특히 모아이 석상, 원숭이 덱스터, 네안데르탈인 등 여러 감초 조연들이 맹활약한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많은 팬들이 시리즈의 4편을 기대했지만, 메인 조연 중 한 명이었던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으로 사실상 4편 제작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다만 감독인 숀 레비가 리부트에 대한 가능성을 비춰 다시 팬들의 기대심에 불을 질렀죠.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

할리우드 하이틴 로맨스의 정석으로,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봐봤을 법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또한 원제가 따로 있는 영화입니다. 리즈 시절의 린제이 로한과 레이첼 맥아담스, 아만다 사이드프리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미국의 고등학생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 우정과 신경전을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라 하이틴 영화에 인색한 평단에서도 찬사를 보낸 영화입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원제는 <Mean Girls>, <못된 여자애들>입니다. <못된 여자애들> 학교에 군림하는 퀸카 무리인 레지나 조지 일당을 표현하는 제목이죠. 원제와는 달리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결국 학교의 퀸카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하는 영화의 주요 갈등을 표현한 것입니다. 레지나와 케이디의 팽팽한 신경전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랑과 영혼>-<Ghost>

1990년대, 전세계적으로 도예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사랑과 영혼>을 빼놓을 수 없죠. <사랑과 영혼>의 원제는 <Ghost>입니다. <유령>이라는 뜻이죠. 유령이 되어 연인 몰리를 찾아간 샘을 표현한 제목입니다. 사실 제목만 놓고 보면 멜로 영화라기보다는 공포 영화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수입할 당시 제목을 <사랑과 영혼>으로 수정한 것입니다.

<사랑과 영혼>은 1990년 국내 개봉 당시 350만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의 환상적인 미모와 열연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특히 영화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인 도예 장면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패러디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의 클래식,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빙하기가 지구를 덮치는 와중에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재난 영화답게 할리우드의 CG 기술과 촬영 기법을 최대한으로 동원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죠.

<투모로우>의 원래 제목은 <The Day After Tomorrow>입니다. <모레>라는 뜻인데요. 실제로 영화의 내용도 3일에 걸쳐 빙하기가 지구에 덮치므로, 오히려 원제가 영화의 내용을 더욱 충실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원작 소설도 <모레>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지만, 영화가 개봉할 때는 관객들에게 사건의 심각성을 더 잘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내일’을 뜻하는 <투모로우>를 제목으로 채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