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원한 액션과 ‘정의 구현’ 스토리로 무려 1,34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 올해 기준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관객 수 8위, 매출액 8위를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대박 영화’인데요. 개봉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쾌한 범죄 오락물 <베테랑>의 비하인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감독이 직접 취재하며 기획

<베테랑> 스토리는 류승완 감독이 <부당 거래> 기획을 위한 취재 중 알게 된 중고차 절도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평소 감독이 좋아하던 1980년대 형사물을 가미해 영화적인 스토리로 발전시켰죠.

초기 기획안은 자동차 절도 및 밀매 조직을 소탕하고 마지막에 마피아까지 얽히는 대규모 액션 장면으로 영화를 끝낼 예정이었다고 하는데요. 수정을 거듭하면서 ‘재벌범죄’ 이야기를 중점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이 초기 기획안을 압축하여 영화 초반에 자동차 밀매 조직 소탕 장면을 연출했죠.

1분 장면을 5일 촬영,
베테랑 트리비아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8차선 차량 추격 씬은 실제 영화에선 1분 정도 나온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밤낮으로 5일 동안 촬영한 결과물인데요. 이때 추격하며 박은 차들은 모두 10년 이상 된 중고차들이었습니다. 또한 이 장면과 서도철과 조태오의 격투 장면은 영화 속 배경인 명동이 아닌 청주 성안길에서 촬영했죠.

영화 촬영 시기와 장소가 겹쳐 생긴 오해도 몇 가지 있었는데요. 결말에서 조태오가 잡혀가는 촬영 현장을 구경한 사람들은 드라마 <밀회>의 ‘이선재’가 잡혀가는 줄 착각했다고 합니다. <밀회> 방영 시기와 <베테랑> 촬영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죠. 또 유해진이 <어벤저스>에 출연한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는데요. <어벤저스>가 한국에서 촬영할 당시 촬영 장소가 겹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습니다.

또한 여러 장면에서 한국 대기업의 현실과 유사한 점이 드러납니다. 회장이 장시간 회의를 하면 실제 삼성 임원들은 물을 안 마시는 정도의 행동을 취해야 하지만 영화에서는 기저귀를 차는 것으로 각색되었죠. 대기업의 사장단이 계열사를 방문하는 날엔 일반인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묘사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영화가 개봉할 당시 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건이 터져 대기업 갑질, 부조리를 꼬집는 계기가 되었죠.

추격전에서 조태오가 사용하는 차량은 포드 머스탱 5세대로 재벌 3세치고 소소한 기종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차에 대해 잘 모르는 감독이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 <블리트>에 나오는 차량이라 선택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종의 차량 두 대를 준비했는데 한 대로 촬영이 마무리되어 나머지 한 대는 중고로 팔았죠. 추격신 이외 조태오가 평소 타는 차량은 포르쉐 카이엔 2세대, 에쿠스 2세대 등이었습니다.

원래 류승범이었다는 조태오

원래 조태오 역에는 배우 류승범을 염두에 두었는데요. 그는 이전에 출연한 <부당 거래> 속 캐릭터와 겹칠 것 같아 제안을 거절했죠. 흥미로운 점은 베테랑과 부당 거래에 모두 출연한 배우가 14명이나 된다는 점입니다. 주연 황정민부터 유해진, 정만식, 천호진, 마동석 등 모두 류 감독과 10년 전부터 인연을 맺었죠.

조태오의 행동에는 숨겨진 의미가 많은데요. 그가 자신의 개와 배 기사의 아들에게 똑같은 다과를 준 행동은 그의 순수한 진심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뒤틀린 환경에서 순수한 관계를 맺은 건 개와 아이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또한 그가 개를 죽이는 장면, 스파링 중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장면은 조태오가 우발적인 행동을 스스럼없이 범하는 미성숙한 캐릭터임을 표현하기 위한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사무실에 있던 배트맨 텀블러는 배트맨과 대비되는 조태오의 악함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둘 다 상속 재벌이지만 배트맨은 시민을 구하는 선한 역할인 반면 조태오는 악질 재벌 역할이기 때문이죠.

영화 속 조태오의 명대사 ‘어이가 없네’에도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습니다. 극중 조태오는 어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처구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원래 맷돌의 손잡이는 어처구니죠. 감독은 당연히 이것을 알았지만 조태오가 자기 자신에게 있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고의로 틀린 인용을 하게 했습니다. 조태오는 맷돌 손잡이가 어처구니인지 어이인지를 신경 쓰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죠.

춤추는 건
황정민 즉석 제안,
서도철

서도철은 주진우 기자의 프로정신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베테랑’ 배우답게 촬영 현장 즉석에서 탄생한 장면들이 있는데요. 중고차 사기범들을 체포한 후 그가 춤을 추는 장면은 황정민이 즉석에서 제안한 것입니다. 여유 있는 형사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그 상황에서 춤을 춘 것이죠. 또한 동료 형사 오달수와 함께 사우나에서 운동하는 장면은 원래 NG였으나 두 배우의 리얼한 연기에 감독이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죠.

또한 서도철의 명대사로 꼽히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대사는 배우 강수연이 사석에서 한 말을 류 감독이 기록해 두었다가 사용한 것입니다. 그녀가 전성기 시절 박봉에 시달리던 스텝과 무명 단역배우들에게 한 턱을 내며 자주 하던 말이었다고 하네요.

빠질 수 없는 감초,
미스봉과 양형사

<베테랑>에선 조태오와 서도철뿐만 아니라 영화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준 조연들이 많았는데요. 감독은 <무한도전>에서 장윤주의 연기를 보고 ‘미스봉’ 역할에 제격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연기를 못 하는 척도 할 수 있고, 정식 연기자들과는 다른 패턴의 화법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처음에는 장윤주가 예능에서 본인의 이미지가 그대로 사용되는 것 같아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광역 수사대 육체파 ‘양 형사’ 역의 배우 오대환은 형사 역할을 위해 13kg을 증량하여 몸무게를 100kg까지 찌웠습니다. 하루에 계란 30개는 기본으로 먹고 소화가 되지 않으면 소화제를 먹어가면서 증량을 위해 노력했죠. 또한 그가 찼던 반지는 실제 형사인 그의 친구가 빌려준 반지입니다. 실제로 범인을 때릴 때 효과적이라며 빌려주었다고 하네요.

애드리브로 증명된
미친 존재감,
아트박스 사장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명대사를 남긴 마동석은 원래 카메오가 아닌 동료 형사로 출연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무산되었죠. 그의 대사는 원래 CJ 계열사인 올리브영을 언급하는 ‘나 올리브영 사장인데’라고 하려 했으나, 촬영장에서 아트박스 간판이 더 눈에 띄어 감독에게 ‘아트박스 사장’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아트박스 사장, 본사, 배급사에게 차례대로 허락을 받고 대사를 수정했다고 하네요.

짧지만 강렬, 명품 조연들

또한 배우 유인영이 연기한 조태오의 스폰서를 받은 ‘다혜’의 임신 소식은 사실 조태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거짓말이었습니다. 본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 중에는 조태오가 집안의 권유로 정관 수술을 받은 사실을 서도철이 알게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그 당시 신인이었던 박소담과 엄태구도 짧게 등장하는데요. 술자리에서의 막내 역할에 박소담이, 조태오에 의해 발이 부러지는 이종 격투 수행원 역할에 엄태구가 연기했죠. 짧은 시간 등장하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임팩트를 보여준 둘은 이후 후속작에서 더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 <기생충>에서 엄태구는 <밀정>, <택시운전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