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까지 한국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였죠. 할리우드 영화와 함께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은 영화가 바로 홍콩 영화였습니다. 80, 90년대 당시 홍콩에서는 무협, 도박, 멜로, 강시,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에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홍콩 영화는 특히 아시아권의 영화가 세계로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한 그 시절 추억의 홍콩 영화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강시선생>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귀신들이 존재하지만 홍콩 하면 무조건 강시부터 떠오릅니다. 강시 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홍금보의 <귀타귀>의 성공으로 당시 카메라 감독이었던 유관위가 연출한 작품이 <강시선생>입니다. ‘영환 도사’ 임정영을 주연으로 한 <강시선생>은 중화권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그때 그 시절에는 뻣뻣한 팔로 콩콩 뛰는 강시만큼 무서운 귀신이 없었죠. 지금 보면 어색한 특수 분장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흡으로 완벽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특히 액션과 슬랩스틱이 가미된 코미디 요소로 큰 사랑을 받았죠.

<취권>

<취권>은 명절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죠. 스턴트맨부터 액션 연기를 시작한 성룡은 전작인 <사형도수>와 <취권>을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대 스타로 거듭나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8개월 동안 극장에서 상영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1979년 당시 서울에서만 무려 9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고 합니다. 성룡이 연기한 ‘황비홍’뿐만 아니라 괴짜 스승 ‘소화자’까지 큰 사랑을 받았죠. 2016년 개봉한 영화 <대결>에서 <취권>의 상당 부분을 오마주했을 정도로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영웅본색>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은 한국에서도 이미 수차례 재개봉한 작품이죠. 적룡, 주윤발, 장국영 주연으로 전 세계 남성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의 성공으로 ‘홍콩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하게 됩니다. 또한 만우절만 되면 생각나는 사람, 장국영 역시 이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특히 주윤발의 쌍권총 총격신과 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인데요. 2018년에는 <영웅본색4>가 개봉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천녀유혼>

정소동 감독이 연출하고 서극이 제작한 <천녀유혼>은 특유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특히 서극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제작자로 유명하죠. <천녀유혼>은 인간과 귀신의 이뤄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그렸는데요. 순수한 청년 ‘채영신’ 역으로 등장한 장국영은 <영웅본색>에 이어 연달아 작품을 흥행시키고 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처녀귀신의 편견을 깨게 해준 요괴 ‘섭소천’ 역의 왕조현 역시 빼놓을 수 없죠. <천녀유혼>은 당시 3편까지 제작됐는데요. 이후에도 여러 번 리메이크 됐지만 원작의 명성을 이어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도신>

홍콩 도박 영화의 최고봉 <도신>은 주윤발과 유덕화의 케미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또 한 번 주윤발의 쌍권총 기술이 등장하죠. 사고로 기억을 잃은 ‘도신’ 주윤발의 초콜릿 밖에 모르는 바보 연기도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왕조현의 걸크러쉬 매력까지 볼 수 있습니다. <도신>을 시작으로 홍콩 도박 영화에 붐이 일면서 <도성>, <도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낳았는데요. 특히 패러디 영화 <도성>은 코미디계의 전설 주성치의 활약으로 여전히 함께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천장지구>

한국에는 <비트>의 정우성이 있다면, 홍콩에는 <천장지구>의 유덕화가 있습니다. <천장지구>는 당대 많은 사람들에게 오토바이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작품인데요. 조직의 일원인 유덕화와 범죄 현장에서 인질로 잡혀온 오천련이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과 함께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종종 볼 수 있는 작품이죠.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유덕화의 미모가 돋보이는 홍콩 감성 느와르입니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을 태우고, 코피를 흘리며 달리는 유덕화의 모습은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아비정전>

영화 <아비정전>은 거장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장국영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장국영이 속옷 바람으로 맘보춤을 추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입니다. 또한 ‘영원한 1분’과 ‘발 없는 새’ 대사는 여전히 기억되는 명대사죠. 개봉 당시에는 영화 속 어두운 분위기 탓에 흥행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화권 3대 영화제로 불리는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현재는 중화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황비홍>

<황비홍>은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제작을 맡은 서극이 감독으로 활약한 작품입니다. 특히 주인공 ‘황비홍’을 연기한 이연걸은 이소룡과 성룡을 잇는 당대 최고의 액션 스타였습니다. 이 작품 전까지 무명에 가까운 세월을 보낸 이연걸은 <황비홍>을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또한 ‘소균’ 역의 관지림의 인기도 대단했죠. 영화 <황비홍>은 실존인물인 황비홍의 일대기에 픽션을 섞어 각색한 작품인데요. ‘황비홍’이라는 인물은 이전에 <취권>에서 성룡이 연기한 인물입니다. 또한 <취권> 삽입곡인 ‘남아당자강’은 <황비홍> 시리즈의 주제가로 쓰였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황비홍>은 무려 6편의 시리즈를 이어갔는데요. 특히 6번째 시리즈는 홍금보가 감독을 맡았죠.

<동방불패>

<동방불패> 역시 수많은 명작을 제작한 정소동, 서극 콤비의 작품입니다. 주연은 이연걸과 임청하가 맡았습니다. 특히 ‘동방불패’를 연기한 임청하의 걸크러쉬 매력이 돋보였죠. 이전까지 주로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임청하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변신에 성공하고, 이후로도 계속 <동방불패> 속 보이쉬한 매력을 이어갔습니다. 의외로 <동방불패>는 영화가 제작된 홍콩보다 한국에서 더 흥행했는데요. 하지만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홍콩 무협영화의 부활을 알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소림축구>

영화 <소림축구>는 홍콩 코미디 영화계 전설로 불리는 주성치가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참여한 작품입니다. 특히 <소림축구>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성치의 영화이자 국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대부분의 주성치 영화가 그렇듯 이 작품에도 어딘가 부족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모여 훌륭한 팀을 이루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죠. 주성치는 홍콩 영화인들 사이에서 완벽주의자로 통한다고 합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쿵푸허슬>까지 연달아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되는데요. 이후 할리우드까지 진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중국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