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많은 남자들이 열광하는 작품이죠. 한국형 느와르 영화 중에서도 웰 메이드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특유의 어둡고 잔인한 연출이 특징인데요. 그러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최소화하고 액션과 느와르에 초점을 맞춰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또한 믿고 보는 주연 배우들이 출연한 만큼 개성 강한 각각의 캐릭터들 역시 사랑받았는데요. 그렇다면 오늘은 <신세계> 속 캐릭터 별로 살펴보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신세계’ 트리비아

<신세계>가 조폭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박훈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철저히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감독은 검찰과 경찰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90년대 조직들에 대해 조사했는데요. 특히 영화를 통해 조폭을 미화하지 않도록 연출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마지막 패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통쾌한 액션 보다는 폭력의 공포에 대해 표현하고 싶어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속해있는 ‘골드문’이라는 조직은 감독이 차린 영화사 이름 ‘금월’에서 따왔습니다. 영화 속 이자성의 와이프가 강과장과 통화하는 장소는 부산에 있는 ‘롯데 백화점 센텀시티점’인데요. 포스터를 찍은 곳도 이 곳의 옥상입니다. 사실 이 백화점 옆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관계자에게 영화의 제목을 아냐고 물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합니다.

정청

정청은 첫 등장 신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잘 차려입은 양복에 맨발에 슬리퍼, 옆에 있는 부하가 구두를 들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인물의 강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황정민이 제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여담으로 그 슬리퍼는 실제 황정민이 촬영장에서 신고 다녔던 슬리퍼라고 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 황정민은 곱슬머리로 등장하는데요. 실제 황정민의 머리는 정청의 머리와 같은 곱슬머리라고 하네요.

황정민은 변호사와 말하는 장면에서 중국어 대사가 도저히 안 외워졌다고 하는데요. 결국 자신이 쳐다보는 쪽에 대사를 적어놓고 보면서 연기를 했습니다. 정청의 명대사중 하나인 “붕가붕가 쇽쇽”은 황정민이 <부당거래> 찍을 때 류승범에게 배운 대사입니다. 또한 최민식은 영화 속 명장면을 정청이 처마 밑에 떨어지는 물로 세수하는 장면으로 꼽았는데요. 이 장면 역시 황정민의 애드리브로 탄생했습니다.

이자성

이자성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존재감에 혼란을 느끼는 인물이죠. 그가 짝퉁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는 것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내 이자성은 담배를 물기만 할 뿐 피지 않는데요. 한편으로 결국 자신은 경찰이었기 때문에 그 불안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나서야, 제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죠.

송지효가 연기한 이신우는 이자성과 강과장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입니다. 이자성은 그녀가 있는 기원으로 찾아와 정보를 주고받는데요. 이자성이 바둑을 두면서 내뱉는 “빠져나갈 틈이 없네…”라는 대사처럼 바둑은 그의 처지를 상징합니다. 이정재가 최민식의 멱살을 잡으면서 심하게 욕을 하는 장면이 있죠. 영화의 프로듀서는 이때 이정재의 대사를 한동안 벨소리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중구

영화는 느와르 영화인만큼 <대부>와 <무간도>를 오마주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이중구가 경찰의 카메라를 던지고 강과장에게 돈을 던지는 장면 역시 <대부> 속 한 장면을 오마주했습니다. 박성웅은 원래 비 흡연자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아 힘들었지만,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쉴 때도 담배를 폈다고 합니다.

이중구의 죄수복을 잘 보면 죄수번호에 2상9라고 적혀있습니다. 이것은 스태프들이 그의 이름을 이용해 일부러 노린 것입니다. 이중구는 정청과 대립각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것을 의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을 달리 했습니다. 그래서 이중구는 정청과 달리 매번 딱 붙는 수트를 차려입고, 셔츠에 단추하나 푸르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하죠.

강형철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 속 인물들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강과장을 뽑았습니다. 워커홀릭처럼 보이지만 결국 외로운 인물이기 때문인데요. 강과장은 뒤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상황을 설계하는 인물이죠. 그 속에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기 때문에, 그만의 공간으로 낚시터를 정했습니다.

감독은 강형철이라는 인물이 작중 중요한 역할이지만 일부러 비중을 줄여야 했습니다. 인물 자체가 스스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모든 일을 설계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최민식 역시 강과장이 돋보이지 않도록 연기했습니다. 황정민의 첫 촬영은 최민식과 대면하는 장면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 오히려 최민식이 더 많이 NG를 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