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은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성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는 담담하면서 현실적인 멜로를 그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는데요. 특히 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입니다. 그런데 원래 정확한 대사는 “라면 먹고 갈래요?”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오늘은 영화 <봄날은 간다>의 비하인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촬영장 비하인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자연이라는 공간을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세트장 촬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요. 극중 상우네 집으로 나오는 집 역시 촬영 기간 동안 빌린 것입니다. 또 영화 속에서 유지태와 이영애가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전문 배우가 아닙니다. 원래 시골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바로 모셔와 출연시킨 것입니다.

<봄날은 간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는 대나무 숲에서 녹음을 하는 장면입니다. 이곳은 미리 섭외한 곳이 아니라 다른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요. 당시 숲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마을 주민의 얘기를 듣고 찾아갔다고 하네요. 또 상우와 은수가 처음 만나는 수색역은 허진호 감독이 어릴 때 살았던 곳입니다. 극중 치매에 걸린 상우의 할머니가 죽은 남편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죠.

<캐스팅 비하인드>

허진호 감독이 이영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딘지 모르게 피곤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감독은 그때 이영애의 느낌이 좋아서 극중 은수에게 그대로 투영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 유지태와 이영애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은수는 유독 피곤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장면이 바로 두 사람의 첫인상에서 비롯된 장면이죠.

<봄날은 간다>를 만들기 전 허진호 감독은 이혼한 여자와 순수한 남자라는 설정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극장에서 <동감>을 보고 유지태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당시 극장에서 유지태가 나올 때마다 여자들이 소리를 질렀다고 하죠. 그렇게 만나게 된 유지태의 과묵하고 느리다는 점이 자신과 비슷해 상우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사 비하인드>

<봄날은 간다>는 사랑에 대한 명대사를 많이 남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썸남, 썸녀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있죠. 정확한 영화 속 대사는 그냥 “라면 먹을래요?”입니다. 원래 대본에 적혀있던 대사는 “커피 마실래요?”였는데요. 허진호 감독은 재미가 없어서 바꾸게 됐다고 했습니다. 또 이후 나오는 “내가 라면으로 보여!”라는 대사는 유지태의 애드리브입니다.

“라면 먹을래요?”와 함께 명대사로 뽑히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있죠. 이 대사를 처음 촬영할 당시 허진호 감독은 어색하고 유치해서 빼려고 했다는데요. 하지만 프로듀서가 극중 꼭 필요한 대사라고 만류했다고 합니다. 또 영화 홍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죠. 그렇게 또 하나의 명대사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연출 비하인드>

영화 속에서 상우는 손에서 피가 나는 이영애에게 머리 위로 손을 들라고 가르쳐줍니다. 이 장면 역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인데요. 이 방법은 감독이 평소에도 쓰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또 극 중 상우의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영화의 제목과 같은 ‘봄날은 간다’인데요. 감독 아버지의 환갑잔치 때 어머니가 불러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극 중 상우는 은수와 헤어지고 온갖 찌질한 행동을 선보입니다. 그중 상우가 은수의 차를 긁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 장면에서 감독은 은수의 차를 발로 차고 은수가 신고하는 막장까지 연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프로듀서의 반대로 넣지 않았다고 하네요.

<엔딩 비하인드>

<봄날은 간다>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벚꽃 아래에서 헤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죠. 극장 판에서는 은수가 먼저 가버리고 상우는 그 자리를 지키는데요. 실제 촬영 때는 상우가 먼저 차갑게 가버리는 장면도 찍었습니다. 또 상우는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멀어지는 은수를 바라보는데요. 허진호 감독은 상우가 돌아보지 않았으면 했지만 유지태의 “26살 청년은 돌아볼 수밖에 없어요.”라는 말에 그대로 촬영했다고 하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상우가 혼자 보리밭에서 녹음을 하는 장면입니다. 상우는 녹음된 은수의 목소리를 자연의 소리로 덮으면서 살며시 미소를 짓는데요. 허진호 감독은 마지막이 슬프게 끝나면 흥행하지 못할까 봐 이렇게 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딛고 성장한 상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