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백두산의 제작비가 260억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입니다. 손익분기점이 무려 730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4,2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자본을 요구하는 영화들과 달리 공포영화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아마추어 감독이 도전하기 좋은 장르인데요. 실제로 제임스 캐머런, 피터 잭슨 등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은 공포영화로 커리어를 시작했죠.

겟아웃 촬영 현장

공포감 극대화를 위하여 현실과 비슷한 장소에서 촬영하면 세트장을 별도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유명한 배우를 채용할 필요가 없는 것도 제작비 절감의 큰 이유인데요. 현실성을 주기 위해 지나친 특수효과나 과장된 연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값비싼 CG 작업 또한 최소화됩니다. 이 중에는 제작비의 무려 1만 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한 영화도 있습니다.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저예산 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겟아웃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미국 공포 영화 ‘겟 아웃’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의 가족들에게 붙잡혀 최면에 당해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겟아웃은 저예산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입니다. 블룸하우스는 저예산 영화만 제작하는 회사로 유명한데요.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해피 데스데이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공포영화 대부분 이 제작사의 작품입니다.

블룸하우스가 저예산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창의성 때문입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 속에서 상상력이 발휘되기 때문이죠.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 않으니 스토리에 집중하게 되고 창의적인 카메라 기법을 만들어냅니다.

홍보사에서는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을 강력한 이민 규제를 공약한 트럼프 정부 출범과 인종 차별에 대한 관심이 시기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상징물과 소재에 대한 해석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것도 입소문에 한몫을 했죠. 겟아웃은 450만 달러로 제작하여 월드 박스오피스 2억 5,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50배가 넘는 수익을 챙겼습니다.

곤지암

곤지암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페이크 다큐 장르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주인공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 방문하여 유튜브 중계를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괴담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정신병원에 들어가지만 무서운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저예산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점이 오히려 관객들이 현실이라고 느끼게끔 해주었죠. 또한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분량이 90%나 돼서 실제로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마케팅도 성공적이었습니다. SNS에서 ‘CNN이 선정한 7대 흉가’를 강조한 홍보하면서 10대와 20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형식 또한 유튜브 시청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주었습니다. 개봉 첫 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곤지암은 11억으로 제작해서 수익은 214억 원으로 19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주인공 케이티(케이티 페터 스톤)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것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24시간 촬영을 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원래 2007년 일반 상영 없이 바로 DVD로 출시했었죠. 이 작품에 주목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배급권을 산 후 결말 10분을 새로 만들어 2009년 극장에서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주연 배우 두 명에,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 한 대가 화면의 전부여서 저예산으로 촬영할 수 있었는데요. 예산을 맞추기 위해 감독의 집에서 촬영하였고, 극중 배우들이 받은 금액은 1,500달러에 불과했죠.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는 집을 배경으로 하여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공포를 다뤘기 때문입니다. 결말이 세 가지 버전이었던 것도 한몫했는데요.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결말을 찾아보게 하고 SNS에서 활발한 논의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제작 예산은 15,000달러로 (약 1천7백만 원) 총 수익은 193,355,800달러였죠 (약 2,196억 9천만 원). 무려 1만 배가 넘는 수익을 달성하여 ‘제작비 대비 수익률 1위’ 영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이 무함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의 경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단 3일 만에 각본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무명이었던 그는 이 작품으로 스타 감독으로 떠오르게 되죠. 전설의 복싱 선수이자 영화 무대였던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영웅인 프레이저도 잠깐 등장하죠. 마지막 장면인 록키와 아폴로의 대결 촬영 때 전현직 선수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흔쾌히 나와줬다고 합니다.

촬영비가 부족해 제작 도중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아이스 링크장 데이트 장면은 레스토랑에서 촬영하려 했는데 제작비 부족으로 영업이 끝난 빈 링크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원래는 사람들이 붐비는 링크장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계획했으나 그것도 불가능했죠. 계단 러닝 장면도 몰래 촬영한 것인데요. 부족한 예산 탓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해 온갖 시상식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제4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수상작,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음향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제작비 960,000 (약 10억 9천만 원), 수익 225,000,000 (약 2,556억 4천5백만 원)로 34배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의 원조 음악 영화죠. 영화는 몰라도 OST는 아실 겁니다. OST ‘Falling Slowly’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 상도 받았습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감독, 배우의 친구나 가족들이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을 도왔습니다. 주인공 이글로바가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도 전부 직접 만들고, 카니 감독의 여자친구 사진도 영화에 사용하였습니다. 예산 관계로 조명도, 현장통제도 할 수 없었고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 하나로 촬영을 했다고 하네요.

미국 평단은 ‘원스’의 성공 비결로 “영화 자체의 순수함”을 꼽았습니다. 담백하고 순수한 정서를 담은 음악이 관객을 감동시켰는데요. 원스는 15만 달러(지금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 상당)로 촬영하고, 수익 2,070만 달러를 기록하여 138배의 흥행을 달성했습니다.

많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제작비를 퍼붓고 있지만 그게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죠. B급 영화로 평가 절하되던 저예산 영화들. 이제는 작품성까지 갖춰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효자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어떤 독특한 저예산 영화가 개봉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