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연일 화제인 국내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기생충’인데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까지 받게 되었죠.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여기서 난리 통에도 평온하게 짜파구리를 만드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여배우가 있는데요. 늦은 나이에 탄탄한 연기력으로 칸까지 가게 된 배우이죠. 바로 배우 장혜진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 출신이지만 그녀의 행보는 조금 남다른데요. 배우 장혜진의 연기 인생과 필모그래피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한 장혜진은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으로 데뷔했지만, 기계적으로만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연기를 그만두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 다른 일을 했습니다. 마트 직원부터 시작하였는데요 일을 잘해 백화점 판매원으로 스카우트까지 되었습니다.

백화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연락이 와 살인의 추억을 함께하자는 제안도 받았으나 거절했었죠.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다시 한번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이었죠. 이후 ‘마린보이’, ‘시’, ‘사랑을 말하다’, ‘우리들’, ‘당신의 부탁’, ‘어른 도감’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밀양>

밀양은 9년간 떠났던 연기파에 다시 돌아오게 한 작품이죠. 서울에서 남편을 잃은 이신애(전도연 분)는 그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밀양에서 살게 되는데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밀양에서 장혜진은 함께 신앙을 쌓는 무리들 중 하나인 박명숙 역으로 출연했죠. 신애가 아들을 죽인 도섭을 용서하고자 마음먹고 교도소에 찾아갈 때도 명숙이 동행합니다. 그밖에 여러 차례의 기도 모임에서 얼굴을 비추긴 는데 서사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서 기억을 못 하는 관객이 많아요.

‘박하사탕’ 오디션에서 만났던 이창동 감독을 밀양 오디션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너 감정이 충만해졌다. 연기해도 되겠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그 후 밀양이 계기가 되어 단역을 10년 동안 해도, 좀처럼 기회지 오지 않아도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영화 ‘어른도감’(2017)과 ‘선희와 슬기’(2018) 촬영 현장에 아기를 데리고 갔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영화 ‘어른도감’엔 실제로 그의 둘째도 등장합니다.

<우리들>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 선(최수인), 지아(설혜인), 보라(이서연)가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장혜진은 선이 엄마’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죠. 장혜진은 딸을 사랑하지만 아이가 겪는 감정의 격랑에는 무덤덤한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들>의 기획총괄을 맡았던 이가 바로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그 정도로 이창동 감독과 깊은 인연이 있는 준비된 연기자였습니다.

<기생충>

‘기생충’은 온 가족이 직업이 없는 기택(송강호 분)의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의 CEO인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살게 되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죠

장혜진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단번에 주연을 꿰찼습니다. 지하 단칸방에서 기택(송강호 분)과 함께 사는 운동선수 출신 캐릭터 충숙을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요. 사실 그녀는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부담감을 느껴 봉 감독에게 다른 배우를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부담감과 달리 억척스러운 주부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습니다. 배역을 위해 하루 여섯 끼를 먹으며 15kg 증량까지 해냈죠.

봉 감독은 <우리들>에서 장혜진의 연기와 현실감 있는 팔뚝을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습니다. <살인의 추억> 때 연락했던 인물과 동일 인물인지는 몰랐다고 해요. ‘기생충’의 명장면을 논할 때 ‘짜파구리’ 장면을 빼놓을 수 없죠. 짜파구리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라는 감독의 디렉팅과 장혜진의 연기력이 빛을 발해 완벽한 충숙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

사랑의 불시착’은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현빈 분)의 이야기입니다. 기생충 이후 맡은 첫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선 충숙 캐릭터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고명은 역을 맡았습니다. 시청자들은 두 역할이 같은 배우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명은은 극 중 평양 최대 규모 백화점 사장이자 최고 달러 보유자로 평양 상위 1%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연기합니다. 작품 배경이 평양인 만큼 북한어를 현실감 있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합을 맞추게 된 박영훈(‘고명석’ 역)과 완벽한 케미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평양 상류층의 화려한 스타일링까지 재현해 장혜진만의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었죠.

이외에도 작년 종영한 KBS 2TV ‘닥터 프리즈너’와 최근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카메오로도 출연했었죠. 오랜 무명생활 끝에 ‘기생충’으로 빛을 보고 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동일 인물이 맞냐는 반응이 나올 만큼 매번 작품마다 다른 연기를 보여준 장혜진 배우. 앞으로의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색다른 얼굴로 찾아와 관객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