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할리우드 영화 속 중국 배우들과 브랜드. 할리우드가 중국을 의식하며 영화를 만들기 때문인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 영화 시장은 매년 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데다, 한국의 흥행 기준인 ‘천만 관객’을 일주일 안에 넘길 수 있는 규모니까요. 북미에서 졸작으로 평가되었던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에서 흥행한 덕분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차이나 파워’를 등에 업고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네 편을 살펴볼까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유명한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4번째 시리즈로, 막대한 중국 자본의 힘으로 제작된 대표적인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시카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일부 오토봇을 제외한 트랜스포머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는데요. 그 후로 5년, ‘옵티머스 프라임’이 깨어나고 그를 노리던 어둠의 세력이 함께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만 3억 90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는데요. 북미 수입인 2억 4000만 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왜일까요? 바로 주요 무대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여주인공 리빙빙을 비롯한 중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중국 투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는데요. 중국 최대 카르스트 지형을 지닌 관광지 무룡(武隆)이 영화 촬영지 중 한 곳인데, 영화 마지막에 협찬 소개가 누락된 겁니다. 제작진인 파라마운트사와 1905 인터넷 테크놀로지는 소송을 당해 중국에 3억여 원을 배상해야만 했죠.

<나우 유 씨 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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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유 씨 미’는 마술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으로 시작해 현재 ‘나우 유 씨 미 3’까지 상영된 상태죠. 길거리에서 소소한 공연이나 하는 정도였던 무명의 마술사 4명이 한 초대장을 받아 ‘포 호스맨’이라는 마술팀을 결성하는데요. 이들은 단순히 마술로 도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트릭을 통해 악당들을 막아내고 시민들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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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에 중국의 입김이 들어갑니다. 1편과 달리 2편에는 대만 톱스타인 주걸륜이 출연하여 중국인 마술사 캐릭터로 활약합니다. 그 결과, 1편에서는 전 세계 3억 5000만 달러 중 중국 흥행이 2000만 달러에 그쳤던 반면 2편은 전 세계 3억 3000만 달러 중 97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기록했는데요.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3편 제작을 연기하면서까지 주걸륜을 중심으로 중국판 스핀오프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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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은 2015년작 SF 영화인 ‘마션’ 역시 중국에서 흥행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화성에서 펼쳐지는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로빈슨 크루소풍 생존기로, 이 영화는 원작 소설 ‘The Martian’에서부터 중국 관객의 호응을 얻기 충분했습니다. 위성발사체 ‘태양신’호 지원 등 중국의 기술력이 빛나는 스토리 덕분이죠.

영화에도 중국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중국국가항천국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죠. 배우 섭외에도 영향을 주어 중국국가항천국의 궈 밍 역으로 고웅(Ko Eddy), 주 타오 역으로 진수(Chen Shu)가 출연했습니다. 또 중국계 영국인인 베네딕트 웡도 NASA의 연구원인 브루스 응 역으로 등장했죠.

그 덕분인지, ‘마션’은 중국 내 4848개관에서 개봉한 후 5일 만에 50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수월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이맥스관 기준으로는 249개 관에서 개봉했는데, 한 관당 평균 2만 7천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아이맥스관을 통틀어 660만 달러를 추가로 벌었다고 하네요. 중국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효과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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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온라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2016년 개봉했습니다. 인간과 오크가 다른 행성에 살고 있었는데, 오크의 행성이 황폐화되자 인간의 행성을 침범하려는 오크와 그들을 막기 위한 인간 사이의 전쟁을 다뤘죠. 특이한 점은 앞서 소개한 세 영화와 달리 북미와 중국에서 확연히 상반된 성적을 거뒀다는 건데요.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사흘간 북미에서 2416만 달러(약 284억 원)를 벌었습니다. 제작비가 1억 6000만 달러(약 1866억 원)에 달하는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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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작 게임에 호감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북미를 압도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1억 4470억만 달러(약 1706억 원)를 벌어들인 거죠. 중국에서 번 첫 주 수입만으로 영화 제작비를 회수한 셈인데요. 여기에는 중국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 완다 그룹 회장이 2016년 초 인수한 레전더리 픽처스가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레전더리 픽처스는 워크래프트 중국 개봉을 앞두고 다각적인 현지 공략 마케팅을 한 바가 있는데요. 애초부터 중국을 눈여겨본 것이죠.

‘차이나 파워’가 워낙 거세다 보니, 흥행을 위해서는 할리우드가 중국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중국의 외화 수입 규제로 중국에 상영할 수 있는 외화는 한 해에 고작 34편. 그 34편 안에 들기 위해 검열을 감수하는 겁니다. 한편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찰리우드’도 함께 떠오르고 있죠.

미국의 흥행 수입 114억에 비해 중국의 흥행 수입은 66억으로 낮았지만 곧 찾아오는 202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큰 영화 시장과 막대한 자본으로 영화관 수 기준으로는 2016년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 중국이 침체된 영화 시장을 살려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