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요? 대한민국에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생긴 지 30년도 되지 않아 그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중년의 나이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모든 연예인들의 꿈일 겁니다. 그런데 지천명의 나이에 느닷없이 아이돌로 등극한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지천명 아이돌, ‘꾸꾸’ 설경구입니다. 송강호, 최민식과 함께 ‘충무로 3인방’이라 불리는 설경구는 과연 어떻게 아이돌급의 인기를 얻게 된 걸까요?

연출가를 꿈꾸었던
대학교 5학년

연극 <이런 무대>

<꽃잎>

예나 지금이나 연극, 영화계는 배고픈 직군입니다. 어린 시절 연출가를 꿈꾸었던 설경구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수까지 불사해가며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경구는 배우의 길에는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출을 하려면 연기 경험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선배의 조언에 대학 생활 5년 차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되죠. 연극배우로 전전하던 설경구는 마침내 1996년 영화 <꽃잎>으로 영화계에 데뷔합니다.

<박하사탕>

그리고 2000년, 지금의 설경구를 만든 영화 <박하사탕>이 개봉했습니다. 설경구는 20대부터 40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여 순식간에 충무로의 거성으로 떠올랐죠.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의 신인남우상을 수상했을뿐더러, 심지어 청룡영화상에서는 신인남우상을 건너 뛰고 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의 적>
<오아시스>

그 기세를 몰아 2002년에는 인생 캐릭터인 ‘강철중’을 만나게 되는데요. 영화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는 실감 나는 생활 연기와 마냥 정의롭지만은 않은 양면적인 형사 연기를 코믹하게 소화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인생작입니다. 심지어 같은 해 영화 <오아시스>까지 개봉해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며 국민 배우로 우뚝 섰습니다.

<실미도>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듬해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천만 영화 <실미도>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카리스마 넘치는 군인이면서 시대의 피해자였던 강인찬을 연기해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미도>의 흥행으로 설경구는 명실상부한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올랐습니다.

옛날의 그 설경구가 아니다

<강철중 : 공공의 적 1-1>
<그놈 목소리>
<사랑을 놓치다>

너무 일찍 전성기를 전성기를 맞이했던 탓이었을까요? <실미도> 이후 설경구는 2007년까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공공의 적 2>와 <그놈 목소리>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역도산>, <사랑을 놓치다>, <싸움> 등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한물 간 배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죠. 2008년에는 다행히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을 성공시켰지만, ‘강철중 빼면 남는 게 없다’라는 조롱을 당할 정도로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운대>

하지만 2009년 영화 <해운대>가 다시 천만 영화에 올라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설경구는 충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야구선수인 이대호를 실제로 화나게 했을 정도로 리얼한 ‘진상 야구팬’ 연기를 소화해 다시 한번 건재한 연기력을 증명했죠.

<해결사>

<소원>

설경구는 <해운대> 이후로도 영화 <해결사>, <타워>, <스파이>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특히 영화 <소원>에서는 딸 소원이를 위해 인형탈까지 써 자신을 숨기려는 아버지로 분해 열연을 펼쳐 극찬을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해운대>의 신파 연기와 <공공의 적> 시리즈의 건들거리는 ‘꼴통 형사’ 이미지를 못 벗어 매번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의 독재자>

<서부전선>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는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바로 ‘우연히 김일성을 연기하게 되어 자신이 김일성인 줄 아는’ 무명배우 ‘성근’이었죠. 긴 설명만큼 복잡한 캐릭터였지만 설경구는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흥행은 처참했지만 연기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듬해에는 영화 <서부전선>에도 출연해 호연을 펼쳤지만 마찬가지로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사메다 담벼락 아래에는
지천명 아이돌이 살지

<루시드 드림>

2017년 2월, 다른 사람과 꿈을 공유한다는 신선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영화 <루시드 드림>이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엉성한 플롯과 영화 <인셉션>과 유사한 연출에 ‘짝퉁 <인셉션>’이라는 비판을 받을 뿐이었죠. 2014년부터 출연한 영화가 전부 망하자 대중은 점점 설경구에 대한 기대를 접는 듯했습니다.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그리고 대망의 2017년 5월,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 개봉했습니다. 예고편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경찰이 폭력 조직에 잠입한다는 닳고 닳은 소재의 재탕으로 여겨졌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오히려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란 ‘한재호’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조현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멜로 영화였던 것입니다.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는 폭력 조직 ‘오세안’의 이사 한재호를 연기했는데요. 첫 등장부터 빨간색 오픈카에 쓰리 피스 수트에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해 극장을 술렁이게 만들었습니다. 감옥에서 죄수복을 입었을 때 빼고는 영화 전체에 걸쳐 베스트까지 걸친 세련된 양복을 입고 나와 섹시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격적인 변신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절대 사람을 믿지 않던 냉혈한이었지만 점차 사랑에 빠져 현수에게 ‘감겨드는’ 눈빛 연기로 관객들을 홀렸죠.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은 100만 관객도 못 넘기고 극장에서 내려갔지만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영화계에는 전례 없던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을 양성한 것이죠. 불한당원들은 자발적으로 영화관을 대관해 상영회를 열기도 하고 굿즈 제작부터 ‘불한당 팬미팅’을 주체하는 등 영화 개봉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뜨거운 팬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심지어 최근에는 메가박스 홍대점에서 ‘재호현수관’을 따로 만들어 영화를 재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설경구 또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지천명 아이돌’, ‘꾸꾸’라는 별명을 얻으며 2030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돌이라는 별명 그대로 지하철 전광판 광고부터 조공 선물, 밥차 조공, 팬레터, 대형 팬미팅 등 아이돌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죠. 설경구는 이런 인기에 얼떨떨해하면서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자산어보>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는 2021년 무려 5편의 영화에 출연합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자산어보>를 비롯해서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의 감독 변성현의 <킹메이커>, 느와르 액션 영화 <야차>, 스릴러 수사극 <소년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의 차기작 <유령>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예정입니다.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 이어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