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니아들에게 눈에 띄는 신예 배우의 등장만큼 반가운 일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개봉 전까지는 마음을 졸이며 신인 배우가 영화에 잘 녹아들기만을 기도하죠.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감독들에게도 위험 부담이 큰 선택입니다. 오늘은 ‘그’ 신인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충무로의 신데렐라
김태리

<아가씨>

영화 <아가씨>는 배우 김태리의 상업영화 데뷔작입니다. 데뷔작이 거장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니, 배우들에게 이만한 호사가 또 있을까요? <아가씨>의 ‘숙희’를 생각했을 때, 그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을 과연 김태리 말고 다른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작 김태리는 오디션조차 안 보려 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락아웃>

당시 김태리는 ‘데뷔작을 그렇게 큰 영화로 해도 될까?’하는 고민에 오디션을 망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에 경험 삼아 참가하게 되죠. 오디션장에서 김태리를 대면한 박찬욱 감독은 단 5분 만에 ‘얘 아니면 안 된다’는 감이 왔다고 합니다. 독특한 페이스에 자유분방한 연기가 박찬욱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던 거죠.

<문영>

<아가씨>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김태리의 캐스팅은 정답이었습니다. 김태리는 <아가씨>가 개봉되기 전부터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배우’,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주목받았는데요. 순수하면서도 사랑을 위해 돌진할 수 있는 숙희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태리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아가씨>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올해의 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죠.

<1987>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이후로도 승승장구는 계속되었습니다. 영화 <1987>과 <리틀 포레스트>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한류 스타의 반열에까지 오르죠. 최근에는 영화 <승리호>에서 리더십 있는 ‘장선장’ 역을 맡기도 했죠. 김태리는 현재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인 SF 영화 <외계인>의 촬영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잘 생기면 오빠야
이재욱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국민 서브남’, ‘국민 연하남’ 등 데뷔 3년 차인 배우 이재욱에게는 달린 수식어가 많습니다. 이재욱은 2018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마르코 한’으로 데뷔했는데요. 비중은 적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 방송가에 제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 드라마 덕에 현빈의 소속사와 계약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재욱에게는 고마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하지만 이재욱은 원래 ‘마르코 한’이라는 역을 고사하려고 했습니다. 2차 오디션까지 힘겹게 올라갔지만 당시 소속사도 없이 활동하던 무명 배우인 처지에 생각보다 큰 스케일의 작품에 덜컥 들어가는 게 겁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작진과 주변의 끈질긴 권유에 마음을 다잡아 지금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이재욱의 2019년은 바빴습니다. 무려 2편의 드라마에 서브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이죠. 이재욱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순수하면서도 다정한 연하남 설치환으로 ‘국민 연하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서브 주인공 ‘백경’을 맡았는데요. 두 편의 드라마를 모두 성공시킨 이재욱은 ‘서브남앓이’를 일으키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도도솔솔라라솔>

작년에는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와 <도도솔솔라라솔>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했죠. 이재욱은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 캐스팅되었습니다. 게다가 리메이크되는 드라마 <궁>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돌아와요 교수님
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년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죠.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훈훈하고 잔잔한, 이른바 ‘순한 맛’ 스토리 때문에 크게 인기몰이를 한 작품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홍일점인 채송화였죠. 배우 전미도가 맡은 채송화는 세심하고 착한 성품으로 환자들과 후배들을 보듬는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닥터 지바고>
<스위니토드>
<어쩌면 해피엔딩>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배우였겠지만, 사실 전미도는 이미 데뷔 10년 차가 훌쩍 넘은 중견 배우입니다. 뮤지컬계에서는 <닥터 지바고>, <어쩌면 해피엔딩>,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 긁직한 작품들의 주연을 도맡아 하는 ‘믿고 보는 배우’로 이름이 나있죠. 동시에 처음 신원호 PD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으로 전미도를 캐스팅했다고 밝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 굳이 대중들에게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전미도를 선택했냐는 이유에서였죠.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하드털이>

신원호 PD도 고민은 많았습니다. 오디션 지원자들 중 단연 눈에 가장 띄는 배우였지만, 다소 미흡한 인지도가 마음에 걸렸었죠. 그러던 중 이미 캐스팅되어 있던 조정석에게서 ‘추천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 친분은 전혀 없는데, 전미도라는 배우고, 뮤지컬, 연극 쪽에서는 이미 유명하다’라는 추천이 들어왔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유연석으로부터도 비슷한 추천을 받자, 신원호 PD는 과감하게 전미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결국, 전미도는 채송화를 완벽하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죠. 네티즌들은 ‘채송화 같은 교수님 있으면 대학원 간다’, ‘채송화 같은 의사 어디 없나’ 등 채송화의 무해함에 흠뻑 빠진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그토록 기다리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방영이 얼마 남지 않아 팬들의 설렘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