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실생활에서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주로 비현실적이거나 믿기 힘든 이야기를 칭할 때 쓰는 말이죠. 하지만 상상은 늘 현실을 뛰어넘어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분명히 가짜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진짜였거나, 상상일 거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인 경우도 있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오늘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람들을 다룬 영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수학자가 만든 승리
<이미테이션 게임>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수학자 엘런 튜링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튜링을 연기했죠. 엘런 튜링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문인 에니그마를 해독해내는 알고리즘 기계를 만든 인물입니다. 전쟁의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죠.

하지만 그 업적에 비해 명성은 그리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허구로 알고 있기도 했죠. 실제로 엘런 튜링은 전쟁의 승리에 지대한 공을 세웠음에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죠. 심지어 소련 측의 스파이라는 누명까지 써 불우한 말년을 보냈습니다. 결국 그는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튜링의 명예가 복권된 것은 그의 사후 59년 만인 2013년이었습니다. 이듬해 개봉된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의 업적보다는 치열하면서 불행했던 그의 삶을 드라마틱 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죠. 결국 <이미테이션 게임>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각색상을 타는 성적을 거둡니다. 영화의 각본을 쓴 그레이엄 무어는 수상소감 발표에서 자신의 자살 시도 사실을 고백하여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기도 했죠.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버넌트>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죠. 영화 <레버넌트> 또한 19세기 미국 개척시대의 실존 인물을 다뤘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휴 글래스는 실제로 곰에게 공격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동료들에게 버려졌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영화에서는 휴의 아들이 살해당하는 반면, 실제 이야기에는 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레버넌트>

휴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나무 열매와 뿌리 등을 캐먹으며 무려 6주 동안 320km를 이동해 카이오와 요새로 귀환합니다. 이 소식이 신문과 입소문으로 미국 대륙 전역으로 퍼졌으며, 휴는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의 적은 정보 때문에 다소 과장되거나 와전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레버넌트>

처절한 생존극에 가까운 실화에 비해 영화는 오히려 복수극에 좀 더 가깝습니다. 부상당한 자신을 버려두고 아들마저 죽인 동료들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열망 하나만으로 휴는 무덤을 파헤치고 돌아오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불타는 복수심을 품은 아버지이자, 비참해질 정도로 살고자 하는 한 명의 인간상을 훌륭하게 연기해내 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는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줄 수밖에 없었죠.

처절하게 살아남아라
<127 시간>

<127 시간>

영화<127 시간>은 18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입니다. 미국의 산악인 애런 랠스턴의 실화를 다룬 영화죠. 애런은 2003년 협곡을 여행하던 중 절벽에 떨어지면서 바위에 발이 껴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5일 동안 약간의 물과 소변으로 연명하던 그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자를 결심을 하죠.

<127 시간>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애런이 협곡 사이에 끼어 어떻게 절망하고,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남고자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팔을 자르는 장면은 그 감정의 클라이맥스죠. 애런이 갖고 있던 주머니칼은 질이 좋지 않아 팔을 단번에 자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애런은 우선 자신의 뼈를 부러트리고 칼로 살을 난도질하다시피 해서 겨우 절벽에서 빠져나오죠.

<127 시간>

개봉 당시 이 장면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애런의 비명과 적나라한 유혈 장면 때문에 관객이 구토하는 사태도 있었죠. 감독인 대니 보일은 실제로 고립된 애런의 절망감과 고독감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애런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프랭코 또한 감독의 그러한 요구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연기를 구사하고자 했다고 말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