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누구보다 캐릭터에 심취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대본에는 없던 대사나 행동을 하곤 하는데요. 일부 배우들은 남몰래 애드리브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가 머리를 쥐어짜 탄생시키기도 하죠. 이중 좋은 애드리브는 영화의 생동감을 더해주곤 하는데요. 오늘은 애드리브가 만든 명장면들은 조금 더 알아봅니다.

<사랑이 무서워>털 봐 털!

영화 <사랑이 무서워>는 영화보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더 유명한 작품입니다. 임창정은 란제리 영상을 보며 혼자만의 해피타임을 보내다 엄마(김수미)에게 딱 걸립니다. 임창정은 즉각 “직장 동료 모니터링해 주는 거야”라고 변명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데요. 김수미는 즉각”입만 벌리면 그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다리 들어 봐. 털 빠지는 거 봐! 비켜봐 인석아 털 봐 털! 짐승 털갈이하냐 이놈아, 짐승 털갈이해? 사람 사는 방에서 웬 쉰내가 개밥 쉰내가 나, 이렇게!”라며 대사를 폭풍처럼 쏟아냈습니다.

김수미의 이 주옥같은 대사는 모두 그가 즉석에서 만든 100% 애드리브입니다. 김수미의 대사를 임창정이 맞받아지며 다시없을 명장면이 탄생했죠. 임창정은 “선생님은 전혀 시나리오랑 틀리게 하세요. 정말 당황스러운데, 하나도 안 당황한 척하고 준비한 걸 쫙 하죠”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김수미 역시 “애드리브는 ‘첫방’에 살려야 제맛”이라며 남다른 철학을 드러냈습니다.

<목포는 항구다>취취췻!!

배우 박철민은 애드리브 많은 배우로 꼽힙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박철민의 애드리브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나왔습니다. 박철민은 이 영화에서 허세 가득한 캐릭터 가오리를 맡았는데요. 권투 훈육씬에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장면을 ‘취취췻!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라는 애드리브로 맛깔나게 살려냈습니다.

당시 대본에는 명확한 대사 없이 ‘가오리 쉭쉭 거리고 있다’라는 설명뿐이었습니다. 해서 해당 부분의 대사는 박철민이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처음 한 페이지에 달했던 대사를 감독 권유로 줄이고 줄여야 했죠. 즉흥적인 일반 애드리브와 달리 철저하게 담금질된 애드리브이었던 셈입니다.

<내부자들>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대형 배우가 대거 등장한 영화 <내부자>들은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켰습니다. 그중에는 대본에 충실했던 대사도 있지만 일부 배우의 애드리브도 있었습니다. 특히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은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죠.

본래 대사는 “몰디브 가서 모히또 한 잔?”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병헌은 이 대사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져 모히또와 몰디브 순서를 바꾸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식한 깡패 캐릭터인 안상구라면 둘을 헷갈려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말했는데요. 이 대사는 다소 깊고 무거웠던 영화 <내부자들>의 쉼표 역할을 맡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극한직업>요상하게 생겨가꼰…

‘경찰 마약반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운영한다’라는 다소 황당한 콘셉트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에도 애드리브가 있었습니다. 첫 애드리브는 잠복근무 중인 장형사(진선규)를 스토커로 오해한 동네 아줌마(신신애)였습니다. 사실 대본에는 마 형사가 “아줌마 나 정말 그 정돈 아니야”라고 하는 부분이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신신애는 “뭘 그 정도가 아녀 딱 그 정도로 생겼구먼. 이상하게 생겨가꼰…”라며 회심의 애드리브를 날립니다. 생각도 못 한 애드리브에 류승룡과 이동휘는 웃음을 참지 못했는데요. 해당 장면이 그대로 들어가면서 관객들에게서도 웃음을 자아냈죠.

또 다른 애드리브도 있습니다. 망한 치킨집을 인수하는 장면입니다. 마 형사(진선규)와 장형사(이하늬)가 부부라고 소개한 걸 모른 고 반장(류승룡)이 이하늬를 아내라고 소개한 것인데요. 이 장면에서 류승룡이 ‘전 남편’으로 본인을 소개하자 가게 주인(김종수)이 “오우~ C, 아메리카 스타일”이라고 한 대사 모두가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이었습니다. 김종수는 “나중에 닭집 잘 될 때 망연자실하게 밖에 서 있는 게 어떠냐”라는 아이디어도 제안했지만 아쉽게도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