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000만 관객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대한민국 인구를 대략적으로 5000만이라 생각한다면한국인 5명 중 1명은 그 영화를 봤다는 것이 되죠그야말로 1000만 관객은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영화라 칭해도 손색이 없습니다그런데 이런 1000만 관객 영화에 4편이나 출연한 배우가 있습니다게다가 여배우로서는 최초였죠대한민국을 4번이나 뒤흔든 배우 수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40년 무명 배우 예수정

1979년 연극 <고독이라는 이름의 연인>으로 데뷔한 예수정은 스스로를 ‘40년 무명 배우라’ 부릅니다스크린 데뷔 전이미 연극계를 주름잡은 대배우임에도 말이죠그는 40년의 세월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그 시간을 결코 헛되다고 칭하지 않습니다오히려 그 시간 동안 연기해 온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죠. 40년 무명 배우라는 자신만의 애칭은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이었습니다.

뿌리 깊은 연기자 집안

알고 보면 그녀는 뼈 속부터 연기자로 태어났습니다어머니는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애란이며형부는 현재 회장 전문 배우라 불리는 한진희입니다예수정의 딸 역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죠.

어머니 덕분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연극과 함께 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녀가 갓난아기였을 때는 어머니가 국립극단에 있어당대 최고의 연극배우들이 예수정을 무대 뒤에서 돌아가며 키웠다고 합니다. 예수정은 어머니의 연기가 늘 거침없던 어머니의 삶만큼 자연스럽고 자신만만했다고 말했죠.

말론 브란도를 꿈꿨던 대학생

이렇게 늘 연기를 접해오던 그녀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그런 그녀가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습니다예수정은 말론 브란도처럼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곧장 대학생 극회를 찾아갔습니다그러다 한 선배가 건넨 어머니가 배우인데 너도 연기 한 번 해봐라는 말에 연기를 시작했죠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의 꿈을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연극을 했던 그녀는 스스로 돈을 벌어 독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결혼 후엔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리기도 했죠이성열 연출가의 부름에 다시 한국에서 연기를 시작했지만그때까지 어머니는 ‘배우 예수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그런 어머니를 현 서울예대 총장인 유덕형 연출가가 설득했습니다. “연기자는 피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라는 말로 말이죠. 그 이후 예수정은 숨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00만 배우로 떠오르다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던 예수정은 2003년 <지구를 지켜라>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습니다최근까지 총 32작품에 조, 주연으로 등장했죠. ‘언제 그렇게 많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대부분 극의 변곡점이 되는 역할을 맡아 다시 본 다면 아 그 사람?’이라고 떠오르게 됩니다그녀의 첫 번째 1000만 영화 <도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홈치고 홈치다 또 홈치고 끝나는 영화 <도둑들>. 예수정이 맡은 역할은 도둑들이 노린 보석의 주인 티파니였습니다각국 언어에 능통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국인인 줄 몰랐다.’라는 반응을 보였었죠그녀는 직접 시가를 피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두 번째 천만 영화는 <부산행>입니다원래 영화 속 예수정의 역할은 좀비에 쫓겨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그녀가 연상호 감독에게 1.5초만 달라고 제안합니다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행의 대표 눈물 버튼’ 장면뒤따라오는 좀비들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젓는 그녀의 연기는 찰나의 순간에도 많은 관객들을 눈물범벅으로 만들었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게 해 준 작품은 바로 <신과 함께>입니다예수정이 출연한 시리즈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었죠그녀는 자홍수홍 형제의 어머니 역할을 맡으며영화관을 통곡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농아 역할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표정으로만 감정을 전달했죠영화를 이끈 주역이 예수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이 작품으로 더 서울 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죠.

10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예수정유명에 관계없이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40년을 연기한 그녀에게 여배우 최초라는 타이틀은 놀랄 일도 아니죠예수정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스스로 빛나는 그녀를 더욱 환하게 할 반사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