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이라는 긴 시간을 몇 초만 등장하거나 배역의 이름도 없는 단역 생활로 보내다가 작품 하나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가 있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쌓은 연기 내공으로 맛깔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한 해에 9편의 작품에서 조연을 맡은 적도 있죠. 이제 당당히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 배우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집안 반대에도 시작한
배우 생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배우 조우진입니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에서 방송반 아나운서 활동을 하며 배우의 꿈을 가졌는데요. IMF 때문에 어려워진 집안 사정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배우를 반대했지만, 조우진은 상경하여 각종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2000년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했죠. 1999년부터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그는 데뷔 초반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는데요.

2000년대 초반 연극 <악몽>, <펑키펑키>, <두근두근>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죠. 이후 2009년 독립 영화 <껍데기>에 개명 전 이름 ‘조신제’ 역으로 출연하고 이듬해 드라마 <산부인과>의 단역으로 출연했으나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진 못했습니다.

작은 역할이지만 강렬한 인상

조우진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의 단역, 조연을 맡아 스크린에 등장했는데요. 영화 <최종 병기 활>에서는 청나라 연락장교 역을 맡아 박해일의 화살에 맞아 죽는 연기를 선보이죠. <마마>에서는 조폭 유해진의 부하 ‘콧털’ 역할을 맡아 짧은 대사와 함께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더하여 단편영화 <나사못>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원더풀 라디오>에서 클럽 주인 역으로, 2년 후 <관능의 법칙>에서는 최 PD 역할을 연기하며 엄정화와 호흡을 맞추었죠. 카메오 급의 분량이지만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는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마도영 역, <닥터 진>의 득칠 역을 통해 안방극장에도 등장했죠.

단역 전문에서 씬 스틸러로

2013년에는 무려 12편의 드라마에서 작은 역할을 맡았는데요. 2013년을 대표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김수현의 맥을 짚는 의원으로, <돈의 화신>에서는 형사, <메디컬 탑팀>에서는 내과 선생, 시트콤 <구암 허준>에서는 우공보로 출연했죠. 메디컬 드라마, 사극, 주말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이어온 그는 2015년, 드디어 ‘무명배우’ 타이틀을 벗게 됩니다.

여전히 회자되는 ‘조 상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범죄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조 상무 역으로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이병헌 역시 영화 개봉 전 ‘우리 영화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배우 하나는 굉장히 회자되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밝혔죠.

조 상무 역으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그는 이듬해 드라마 <도깨비>의 김 비서로 출연하여 특유의 유행어도 만들며 씬 스틸러로 활약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함께 출연한 절친한 배우 김병철과 너무 닮아 구분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죠.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에서는 세금징수국 국장 안태욱 역을 연기하며 <도깨비> 때와는 다른 냉철한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출연작마다 호평 받는
믿고 보는 배우

2017년에는 9편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는데요.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내부자들>에서 악연이었던 이병헌과 <남한산성>에서 또 한 번 악연으로 출연하여 흥미로운 인연을 이어갔죠. 이외에도 <더 킹>의 수사관, <리얼>의 변호사, <보안관>의 선철, <강철비>의 최명록, <1987>의 박종철 삼촌 역 등을 맡으며 작품마다 변신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연기 인생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등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내부자들>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른지 3년 만에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의 인지도와 연기력 모두 인정받았죠.

뒤늦게 올린 결혼식

2018년은 그에게 겹경사의 해이기도 했는데요. 11년 동안 교제해 온 여자친구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사실 그와 아내는 이미 혼인신고도 마쳤고 돌이 지난 딸도 있었지만 스케줄 등의 문제로 식만 늦게 올렸죠. 결혼 전 한 방송에서도 아내를 언급하며 그녀가 있었기에 배우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고 밝히며 그녀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사랑꾼’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역관 임관수 역을 연기하였습니다. 이병헌과 세 번째 만남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병헌을 도와주는 하수인 역할이었죠. 개그 캐릭터지만 자신이 맡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해내는 인물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죠. 영화에서도 쉬지 않고 활약하며 <어쩌다 결혼>, <돈>, <봉오동 전투> 등의 씬 스틸러로 활약했습니다.

조우진은 최근 개봉한 <도굴>에서 이제훈, 신혜선과 호흡을 맞추며 스크린에 복귀했습니다. 공유와 박보검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서복>의 정보국 요원 안 부장으로도 출연할 예정이죠. 16년의 긴 무명생활 끝에 다양한 작품에서 ‘믿고 보는’ 연기력을 보여주는 조우진의 행보를 기대해보겠습니다.